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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가 올시즌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 탓이 가장 크다.
이 때문에 린드블럼은 지난 7월초 2군으로 내려가 옥스프링 투수코치의 도움을 받으며 부진의 원인을 파악했다. 결론적으로 구위나 스피드 문제보다는 제구력과 투구 밸런스 등 개선 가능한 문제들이 제기됐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서도 린드블럼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후반기 첫 등판인 7월 22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2군 수업 효과를 보는 듯했지만, 이후 들쭉날쭉한 피칭이 재현됐다. 결과가 좋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이 뚜렷하게 구분됐다. 지난달 27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4이닝 10안타 8실점으로 무너지며 팀의 3연패를 막지 못했다.
그러나 린드블럼은 지난 3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6⅔이닝 7안타 1실점으로 올시즌 손꼽히는 호투를 펼치며 시즌 8승을 거뒀다. 팀에게 가장 필요한 시점에 귀중한 승리를 안겨줬다는 점에서 이날 투구는 의미가 컸다. 아울러 자신의 재계약 가능성을 다시 높일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물론 이날 KIA전 호투를 순전히 자신의 컨디션 회복 덕분으로 볼 수는 없다. 야수들의 호수비가 도움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투구수 80개를 넘기면서 김주형에게 홈런을 허용한 것을 보면 여전히 제구력과 경기운영에서 불안한 측면이 도사리고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롯데가 린드블럼과의 재계약을 고민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한 두 경기 잘했다고 해서 평가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시즌 마지막 한 달간 보여준 불같은 기세가 그대로 다음 시즌에도 이어질 것이란 착각을 해서는 안된다.
그렇지만 롯데는 이날 KIA전 호투를 시작으로 린드블럼이 에이스 위용을 되찾아주길 잔뜩 기대하고 있다. 재계약은 시즌 종료 후의 문제다. 남은 시즌 린드블럼을 비롯한 선발투수들이 최선의 결과를 내야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룰 수 있다. 사실 린드블럼이 올시즌 시작부터 지난해처럼 던졌다면, 롯데는 5~6승 정도는 더 추가했을지 모른다.
조원우 감독은 4일 KIA전을 앞두고 "린드블럼이 원래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본인도 (재계약에 대한)위기의식이 있으니 좀더 집중하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 "앞으로 남은 기간 외국인 투수들은 4일 휴식후 등판을 시킬 생각이다. 본인들한테 힘들지 않겠냐고 물었는데 미국에서는 그렇게 많이 해서 문제없을 거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린드블럼과 레일리는 우천 등으로 경기가 순연되지 않을 경우 4일 휴식 후 5일째 등판하는 로테이션을 적용받는다. 대신 올해 첫 풀타임을 소화중인 박세웅과 박진형의 등판은 경우에 따라서 5~6일 휴식 후 이뤄질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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