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의 벽'은 끝내 비상하려는 독수리의 발목을 잡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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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경기가 1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2대3으로 패배한 한화 선수들이 마운드에서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8.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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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올라야할 판인데, 오히려 아래로 추락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중위권 전쟁에서 점점 패퇴하는 분위기다. 7위까지 올랐던 순위는 24일 넥센전 패배로 다시 8위로 추락했다. 포스트시즌행의 마지노선인 5위와의 승차는 4경기가 됐다. 잔여 32경기 밖에 남겨두지 않은 한화로서는 벅차기만 한 격차다.
이런 힘겨운 상황이 만들어진 건 '천적 싸움'에서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치 거대한 벽이 날아오르려는 독수리를 막고 있는 듯 하다. 공교롭게 한화는 최근 상대전적에서 열세에 있는 팀들과 연달아 만났다. 의욕을 내봤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고전했고, 무너졌다. 팀전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순위 하락을 막지 못했다.
지난 13일부터 한화는 2연전 체제로 5개팀과 돌아가며 싸웠다. KIA(원정)를 시작으로 두산(홈)-LG(원정)-kt(원정)-넥센(홈) 순서였다. 넥센과의 23일 경기가 우천 노게임 선언되는 바람에 총 9경기를 치렀다. 그런데 공교롭게 한화가 8월 중순부터 만난 이 5개 팀은 올해 상대전적에서 모두 열세에 있는 대상이었다. 말하자면 '5대 천적'과 돌아가며 맞붙은 셈이다.
엄청난 위기상황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 위기를 잘 극복해내면 또 다른 기회가 열릴 수 있었다. 천적들과의 싸움에서 선전하면 이후에는 상대전적에서 우위에 있는 대상들과 싸우게 된다. 힘든 싸움을 잘 버틴 뒤 수월한 상대에게 승리를 쟁취한다면 순위 상승에는 가속도가 붙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한화는 끝내 천적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열심히 싸웠지만, 결과는 나빴다. 9경기에서 3승6패, 3할3푼3리의 승률에 그치고 말았다. KIA, LG, kt를 상대로는 1승1패의 균형을 맞췄지만 두산에 2연패, 넥센에 1패를 당했다. 여기서 받은 데미지가 생각 이상으로 크다. 32경기 밖에 남지 않은 한화가 5위에 4경기차로 떨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6번의 패배 중에서 적어도 2승은 더 챙겨야 했다. 그럴 수 있던 경기를 역전패로 내줬다. 13일 KIA전과 20일 kt전이 대표적이다. 모두 역전패했는데 여기서 2승을 벌었다면 지금보다는 더 유리한 고지에 섰을 것이다.
여전히 한화는 천적들과 많은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최악의 적' 두산과 무려 4경기가 남았다. LG와도 4경기가 남았다. 그 뒤로 넥센, KIA, kt와 3경기를 해야 한다. 총 17경기의 험난한 가시밭길이 남은 셈이다. 천적과의 경기가 잔여경기의 53%나 된다. 너무나 절망적인 지표다. 과연 한화는 이 가시밭길을 넘어설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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