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경기에서 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그런데 심판실로 가서 TV 리플레이를 보며 합의판정을 진행한 나광남 1루심은 그대로 세이프를 선언했다. 왜 그랬을까. 나 심판원으로부터 이에 대한 설명을 들은 김태선 기록위원은 "태그에 따른 아웃-세이프 합의판정은 아웃이지만, 홈충돌 방지규정에 따라 세이프를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LG 포수 박재욱이 김재호의 주루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LG는 홈충돌 방지규정에 대한 합의판정을 요청한 것이 아니었다. 태그 아웃이냐, 아니냐에 대한 판정을 요청했을 뿐이다. 즉 심판진이 'LG 포수 박재욱이 홈충돌 방지규정을 어기고 김재호의 주루를 방해했다'고 판정했다면 이는 '김재호가 아웃판정을 받고 LG가 아니라 두산측에서 합의판정을 요청했을 경우'를 전제로 해야 정상적이다. 두산은 물론, LG에서도 요청하지도 않은 맞는 상황을 놓고 합의판정에 들어간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날 대기심인 박종철 심판원도 "감독들도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또 LG측에서 단순히 아웃-세이프에 대한 요청을 한 것이었기 때문에 두 가지 상황을 포괄적으로 봤다"고 했다. 이 합의판정이 종료된 뒤 LG 양상문 감독이 어필에 나서자 심판진은 "포수가 홈충돌 방지규정을 어겼는지에 대한 판정도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피해를 본 것은 결국 LG 선발 허프였다. 허프는 이어 허경민을 사구로 내보내더니 정수빈의 타구를 잡은 뒤에는 1루와 2루, 홈 어디로도 송구를 하지 않는 실책을 범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허프는 계속해서 민병헌, 김재환, 에반스에 연속안타를 얻어맞았고, 2사후에도 김재호에게 2루타, 박세혁에게 우전적시타를 허용한 뒤 1-8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한편, 실책 2개가 겹쳐 허프가 2⅔이닝 동안 내준 8점은 모두 비자책으로 기록됐다. 한 이닝 최다 비자책점 기록은 9점으로 두 차례 있었다. 한화 이글스 유창식이 2011년 10월 4일 부산 롯데전 6회말, KIA 타이거즈 홍건희가 2015년 7월 9일 목동 넥센 2회말에 비자책 실점 9점을 기록한 바 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