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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역대급위기 삼성, 이승엽은 묵묵히 팀을 떠받친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6-07-08 00:13


◇7일 오후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대 LG 트윈스 경기 5회초 2사 1,3루에서 삼성 이승엽이 역전 2타점 2루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이승엽은 이 2루타로 KBO 역대 두 번 째 3700루타를 기록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삼성이 오랜만에 큰 점수차를 뒤집었다. 7일 LG전에서 2회 6점을 내주며 4-8로 역전을 당해 패색이 짙었는데 막판까지 시소게임을 하며 12대11로 역전했다. 지난달말 악몽같았던 롯데전 3경기 연속 끝내기 패배의 아픔을 LG전 2승으로 조금이나마 털어냈다. 이겨도, 이겨도 순위는 또 8위다. 삼성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순위. 원년 멤버인 삼성은 역대로 6위 이하로 처져 본 적이 없다.

이날 이승엽은 역전 2타점 2루타를 비롯해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역대 두번째 3700루타도 달성했다. 이승엽은 경기후 "3700루타는 전혀 몰랐다. 2루타를 치고난 뒤 알았다. 3500, 4000이면 몰라도 3700은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승엽 하면 한국프로야구의 레전드. 타격 부문에선 독보적인 존재다. 지난해 국내 개인통산 400홈런을 돌파했고, 올해도 꾸준히 홈런포를 가동해 한일 통합 600홈런에 10개만을 남겨뒀다. 이승엽은 기록 욕심이 별로 없다.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400홈런, 2000안타(KBO리그 통산 1945안타 기록중)를 이정표라 생각했는데 하나는 이뤘고, 다른 하나도 목전에 왔다. 한일 통산 600홈런 등은 큰 의미없다."

기록보다는 하루 하루 야구가 더 애틋하다. 이승엽은 "내년이면 은퇴를 한다. 지금이 참 소중하다. 나이가 들면서 기록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노화현상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 레그킥을 하지 않는 등 나름대로 타격폼에 변화를 주면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경기후 방송인터뷰에서 팀 이야기가 나오자 막혔던 혈이 뚤리듯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승엽은 "팀이 어려운 상황이다. 팬들에게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올해 새구장도 오픈하고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응원을 보내주셨다. 더 많이 이겨야 하는데 죄송하다. 선수들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내가 최고참이지만 동료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주장도 있고, 다른 고참선수들도 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연습타격때 한번더 방망이를 휘두르고, 좀더 열심히 훈련하는 것이다. 후배들에게 해줄수 있는 것은 이정도"라고 말했다. 늘 그랬듯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팀에 힘을 보태면 자연스럽게 동료들도 다시 기운을 차릴 것이라 믿는다. 팬들에게는 "전반기 마무리 잘하고, 후반기에 더 잘하겠다. 많은 성원 보내달라"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7일 현재 타율 0.289, 15홈런 65타점을 기록중이다. 홈런은 20개 이상, 타점은 100개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타율도 2할8푼대 중반을 넘어선다면 합격점이다. 만으로 40세인 노장의 성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이승엽의 표정은 어둡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아쉽게 돌아서는 장면이 더 자주 떠오른다. 본인도 그렇고, 팬들도 그렇다. 장타율(0.503)과 출루율(0.373)도 더 좋아졌으면 싶다. 하지만 이승엽이기에 도드라져 보이고, 10번 중 3번만 치면 칭찬받는 야구에서 나머지 7번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측면도 있다. 이승엽의 올시즌 득점권 타율은 0.333으로 준수한 수준이다.

오히려 삼성 타선의 문제점은 구자욱과 조동찬 등 주전들의 연이은 부상 부재, 최근 합류해 나아지고 있지만 발디리스의 공백 등이 훨씬 컸다. 또 타선 기둥인 최형우와 이승엽이 함께 터지는 경우가 많지 않았던 부분도 마이너스였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대스타들은 건강이 기본이다. 이승엽과 최형우를 보라. 건강하니 야구를 잘한다. 타고는 몸도 중요하지만 자기관리가 철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승엽은 올시즌 딱 하루 결장했다. 77경기중 76경기에서 투혼을 불살랐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가득 메운 팬들은 큰 점수차로 경기를 뒤지고 있어도 이승엽의 홈런 한방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린다.

개인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팀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코 웃지 않는 이승엽이다. 삼성 레전드, KBO리그 최고 레전드는 낭떠러지에 위태롭게 걸린 팀을 묵묵히 떠받칠 뿐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7일 삼성은 LG에 12대 11로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종료 후 삼성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승엽(왼쪽에서 세번째)도 후배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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