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사항이 아니지 않나?"
한화 이글스가 호투하던 SK 와이번스 외국인 선발 켈리의 갑작스러운 부상 덕분에 대역전극을 만들었다. 7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원정경기에서 8회초에만 무려 11점을 뽑아내면서 3-4로 지던 경기를 14대4로 역전시켰다. 이날 한화가 기록한 14점은 올 시즌 한경기 최다득점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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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 한화의 2016 KBO 리그 경기가 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가 14대4로 승리하며 2연승을 달렸다. 경기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김성근 감독의 모습.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7.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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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초 1사 2루에서 김태균이 역전 2점 홈런을 터트렸다. 이후 로사리오와 송광민의 홈런까지 터지는 등 8회에만 장단 11안타(3홈런)를 폭발시켰다. 이날 승리에 관해 한화 김성근 감독은 "조인성의 홈런(7회 1점)으로 팀에 사기가 올라가면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계투조도 잘 던졌고, 로사리오 수비가 특히 좋았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날 한화 타선 대폭발의 1차적 요인은 켈리의 갑작스러운 부상과 교체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규정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대처로 불필요하게 시간을 지연시킨 심판진의 미숙한 경기 운영 역시 경기 흐름을 크게 뒤흔든 요인이었다.
규정상 켈리가 갑자기 부상을 호소해 교체를 요구하더라도 무조건 첫 타자, 즉 이용규는 상대해야 했다. 만약 부상이 심각해 1구도 던지지 못할 상황이라면 심판진이 이를 면밀히 판단해 '즉각 교체'를 명령할 수도 있다. 이는 KBO공식 야구규칙 3.05 '선발투수 및 구원투수의 의무' (d)항에 명확히 나와 있다. 다음과 같이 돼 있다.
"이미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투수가 이닝의 처음에 파울 라인을 넘어서면 그 투수는 첫 번째 타자가 아웃되거나 1루에 나갈 때까지 투구해야 한다. 단, 그 타자의 대타가 나온 경우 또는 그 투수가 부상 혹은 부상에 의해 투구가 불가능하다고 심판진이 인정할 경우는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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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 한화의 2016 KBO 리그 경기가 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8회초 수비를 앞둔 SK 켈리가 연습투구를 하던 중 몸에 이상을 느껴 자진강판을 하려하자 한화 덕아웃에서 한타자를 상대한 후 내려가야 한다며 어필이이어졌다. 마운드에서 한화 덕아웃을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켈리의 모습.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7.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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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켈리는 원칙적으로 이용규를 상대한 뒤에 교체되는 게 맞고, 만약 투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다친 것이라면 심판이 이를 판단해 결정을 내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날 박종철 주심과 문동균 1루심, 김익수 2루심, 나광남 3루심은 이 규정에 따라 움직이지 않았다. 그라운드 위에서 한참이나 모여 이야기를 나누더니 엉뚱하게 한화 덕아웃에 가서 김성근 감독에게 양해를 구하기까지 했다. 그러는 사이 무려 8분이 지연됐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런 상황에 관해 결정할 권리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이 장면에 관해 "심판에게 합의 사항이 아니지 않느냐. 규정대로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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