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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KBO리그 개막 직후인 4월 6일. KIA 타이거즈 서동욱에게는 잊지 못할 날이다. 이날 KIA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서동욱을 넥센 히어로즈로부터 무상 트레이드했다고 발표했다. 히어로즈 구단은 주전 경쟁에서 밀린 서동욱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무상 트레이드를 결정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염경엽 감독으로부터 무상 트레이드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돌고돌아 다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2003년 KIA에 입단한 서동욱은 2005년 11월 LG로 트레이드 됐다. 이적후 상무에 입대한 서동욱은 이후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쓰임새가 다양한 멀티 플레이어 이미지가 강했다. 2013년 히어로즈로 이적한 뒤에는 첫해에 좋은 활약을 했지만 이후 2년간 1군 출전이 뜸했다.
타이거즈 이적 후 서동욱은 주력 타자로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29일 LG 트윈스전까지 58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3리-51안타-8홈런-33타점. 허약한 타선의 약한 고리로 평가됐던 2루수 포지션의 주전으로 자리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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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야구를 잘 못해 팀을 옮겨다녔다. 야구가 안 되고 잘 안 풀릴 때도 오랫동안 뒷바라지를 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유니폼을 벗을 수 없었다."
부모님은 서울 응암동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서동욱은 "야구로 스트레스를 안 주는 아내(주민희씨)가 고맙다"고 했다.
"LG-히어로즈에서 많은 걸 배웠다."
구단 관계자와 코칭스태프, 팬들은 "서동욱이 없었다면 큰일날뻔 했다", "서동욱이 있어 다행이다"고 말한다. '굴러온 복덩이' 서동욱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다. 그런데 서동욱은 개인 성적이 중요하긴 해도, 선배로서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 팀에 (이)범호형이나 (김)주찬이형처럼 고참이 있지만 중간급 선수가 적다. 젊은 선수와 고참 사이에서 내가 중간 역할을 해야 한다. 야구도 잘 해야겠지만 선수단 분위기를, 후배를 잘 끌어달라는 뜻으로 불려주신 것 같다."
친정팀에 복귀해 보니 선수 구성이 크게 달라졌다. 2000년대 초반 함께 했던 선수는 입단 동기생 임준혁, 후배 김주형 정도다. 선배 김종국 홍세완은 지금 코치로 있다.
서동욱은 잘 하고 있다는 칭찬에 "기분이 좋다"면서도 차분하게 반응했다. 그는 "내가 잘 해서 우리 팀이 좋아지고 4강, 5강에 간다는 생각은 안 한다. 다만, 우리 팀이 그 길로 가는 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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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서 좋은 선배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히어로즈의 자율적인 팀 분위기에서 얻은 게 많다. 그동안 힘들 때도 있었지만, 항상 좋은 생각을 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염경엽-김기태 감독과의 인연.
염경엽 감독은 LG 시절 수비코치로 만났다. 김기태 감독은 2군 감독으로 첫 대면을 했다. 두 지도자 모두 그에게 길을 열어줬다. 야구에 대한 열정, 성실성이 스승들의 마음을 잡아끌었을 것이다. 김기태 감독은 트레이드 직후 서동욱에 대해 "LG 시절부터 봐왔는데, 굉장히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다"고 했다.
서동욱은 "염경엽 감독님은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계신 분이다. LG에 있을 때 멀티 플레이어로서 가능성을 일깨워 주셨다. 대타와 대주자, 내외야 수비 등 여러가지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셨다"고 했다.
2013년 서동욱이 트윈스에서 히어로즈로 트레이드 됐을 때, LG 사령탑이 김기태 감독이었다. LG에서 뿌리를 내리고 싶었던 마음에 그때는 서운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서동욱을 잊지않고 있었다.
염경엽 감독은 서동욱의 팀 내 입지가 좁아져 출전 기회가 줄자, 친구 김기태 감독에게 전화를 돌렸다. 서동욱의 김기태-염경엽-김기태 감독으로 이어지는 인연이 계속됐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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