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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코리안 파워'라 할 만하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강정호는 어떤가. 지난해 9월 더블플레이를 하다 상대 주자에 걸려 넘어지면서 무릎 부상을 크게 입은 뒤 수술을 받은 강정호는 최근 메이저리그에 복귀하자마 괴력을 뽐내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과연 수술을 받은 선수가 맞는가'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서 복귀한 강정호는 이날 현재 타율 2할9푼2리, 4홈런, 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강정호는 지난해 이미 검증을 마쳤지만, 수술 후 복귀한 처지라 활약상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피츠버그 구단은 '2일 선발, 1일 벤치 대기' 방식으로 강정호를 쓰겠다고 했다.
두 선수는 KBO리그에서 7년 이상 경력을 쌓은 뒤 철저한 검증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이들이 KBO리그에서 활약할 당시 수 년간 스카우트를 파견해 기량을 파악했다. 미네소타와 피츠버그는 '이 정도면 빅리그에서 통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고, 원소속팀 넥센 히어로즈가 '받아들일만한' 포스팅비를 제시했다. 단순히 두 구단이 KBO리그에서 올린 성적만으로 영입을 결정했을 리는 없다.
시범경기서 3개의 홈런을 때린 박병호는 정규시즌 개막 후에도 별다른 슬럼프없이 미네소타의 주전 지명타자로 자리를 잡았다. 강정호는 지난해 4월 한 달간 12경기 가운데 무안타가 9차례나 됐지만, 5월부터 적응에 성공해 내야수로 연착륙했다. 올시즌에도 복귀 첫 날 홈런 2방을 날리며 건재를 과시했고, 16일 시카고 컵스전에서는 시즌 4호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성실성, 진지함 외에 '기본적 자질이 뛰어나다'는 것 말고 설명할 방법이 있을까. 박병호의 파워와 배트스피드는 지금 유명세를 치를 정도다. 박병호가 9홈런을 치면서 기록한 배트스피드는 107.86마일로 이날 현재 홈런 7개 이상을 친 전체 47명 가운데 세 번째로 빠르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조나단 스쿠프(7개)이 109.03마일로 가장 빨랐고, 마이애미 말린스의 지안카를로 스탠튼(10개)이 108.11마일로 두 번째다. 박병호의 배트스피드는 넥센 시절부터 정평이 나있던 터. 홈런 비거리 역시 최정상급 수준이다. 박병호의 평균 홈런 비거리는 128.7m로 7홈런 이상자 가운데 2위다. 스탠튼이 129.3m로 1위, 13홈런으로 이 부문 1위인 콜로라도 로키스의 놀란 아레나도는 104.3마일의 배트스피드에 122.7m다.
강정호의 경우 홈런 평균 배트스피드는 101.67마일, 평균 비거리는 118.3m다. 강정호는 전형적인 거포는 아니다. 넥센 시절의 강정호를 평가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하나같이 "강정호는 정확성, 파워, 주루, 수비 능력을 두루 갖췄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했다. 한 시즌 15개 안팎의 홈런과 2할대 후반의 타율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강정호는 지난해 첫 시즌부터 이를 만족시켰으며, 올해 복귀 후에도 도루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 정상급 플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KBO리그 시절 두 선수가 경험한 훈련 방식이 메이저리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적응력에 도움을 줬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두 선수가 국내 시절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받으며 훈련을 한 덕분에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은 메이저리그에서 쉽게 녹아들었다는 의미다.
박병호는 이제 겨우 31경기를 치른 시점이다.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것은 사실이나,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할 수 있는 파워를 지니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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