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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초 홈런 레이스가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의 홈런 순위와 비교해도 상당한 변화가 느껴진다. 지난해 152경기를 치른 시점의 홈런 순위를 보면 삼성 나바로가 13개로 1위였고, 테임즈가 11개로 3위, SK 브라운이 9개로 4위를 달렸다. 당시 토종 타자로는 삼성 최형우가 12개로 2위였고, 넥센 박병호는 6홈런으로 나바로에 7개 뒤진 공동 12위에 머물러 있었다. 외인 타자들의 강세가 뚜렷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토종 거포들이 힘을 내고 있다. 새로운 인물들이 가세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정의윤은 5월 들어 7경기에서 3홈런에 12타점을 쏟아냈다. 정의윤의 강점은 별다른 기복없이 꾸준히 타격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20일 넥센전부터 8일 삼성전까지 17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였다. 이 기간 타점 20개를 추가하며 이 부문서 압도적인 선두로 올라섰다.
김재환의 등장은 무척 놀랍다. 2008년 데뷔한 김재환은 지난해까지 통산 홈런수가 13개에 불과했다. 상무 소속이던 2009~2010년을 제외한 1군 4시즌 동안 한 번도 주전을 맡아본 적이 없다. 포수 출신인 김재환의 파워는 어느정도 인정받았으나, 선수층이 두터운 두산에서 주전을 차지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올해 김재환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선구안을 앞세워 고감도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이날 현재 타율 3할9푼7리에 타점도 23개나 된다. 오재일이 옆구리 통증으로 2군으로 내려가고 외인타자 에반스가 부진을 보이자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지난 5일 LG전부터 김재환을 4번타자로 기용하고 있다. 8일 롯데전에서는 투런홈런을 포함해 6타수 5안타를 때리며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김재환 역시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올시즌 38개의 홈런을 날릴 수 있다.
정의윤과 김재환은 데뷔 이후 한 번도 풀타임 시즌을 가져본 적이 없다.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한다는 점도 이들의 집중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지난 겨울 박병호가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올해 홈런 레이스는 테임즈가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47홈런을 때린 검증된 거포 테임즈를 견제할 수 있는 타자가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 겨우 전체 일정의 21%를 소화했을 뿐이다. 게다가 테임즈는 8일 LG전까지 최근 20경기 연속 안타를 때렸고, 이 기간 홈런 6개를 추가했다. 결국 테임즈가 레이스를 주도할 것이란 예상은 여전히 유효하다. 7홈런으로 공동 4위인 최형우와 롯데 최준석도 레이스에 가세했다. 그 어느해보다 거포 전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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