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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30·두산 베어스)이 돌아왔다. 시즌 초 극심한 부진을 떨쳐내고 2경기 연속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비결은 무엇일까. 대단한, 아주 특별한 변화가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18승을 거둔 투수가, 첫 판에서 조금 꼬였을 뿐이다. 유희관도 24일 "던지던 대로 던지고 있다. 부담을 떨쳐내면서 내 공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2일 대구 삼성전에서 5⅓이닝 동안 12안타를 맞고 5실점했다. 9일 잠실 넥센전에서도 3⅓이닝 7안타 7실점했다. 문제는 선두 타자 출루. 삼성전에서 1회(3실점), 5회(무실점), 6회(1실점)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맞았다. 넥센전에서는 2회(무실점), 4회(6실점) 선두 타자를 내보냈다.
그는 평소 "안타를 아무리 맞아도 점수를 안 주면 괜찮다. 20안타를 얻어 맞아도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선두 타자만 잡으면 뒤에 안타가 나와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지난해 18승을 수확할 수 있던 원동력, 특출난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하 자신감이다. 하지만 2경기에서는 달랐다. 제대로 긁힌 공이 행운의 안타가 되는 등 불운이 겹치며 마인드 컨트롤에 실패했다. 마운드에서는 표정이 굳어 경기를 즐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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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은 자신의 말을 지켰다. 3번째 경기부터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우선 15일 잠실 삼성전에서 6⅔이닝 3안타 1실점(비자책)했다. 22일 잠실 한화전에서도 7이닝 4안타 1실점으로 나무랄 데 없는 피칭 내용을 보였다. 눈에 띄는 점은 한화전 투구수(110개). 그는 2회까지 45개의 공을 던졌지만 결국 7회까지 마운드에 올랐다. 특유의 맞혀잡는 피칭으로 불펜의 짐을 덜어줬다.
유희관은 "삼성과의 두 번째 맞대결에서는 평소보다 직구 구사율을 높였다. 좀 더 공격적으로 하려 했다"며 "한화전에서는 늘 하던대로 던졌다. 특별한 변화가 있던 건 아니다"고 자신의 투구 패턴을 설명했다. 이어 "송은범(한화) 형의 공이 너무 좋아 선취점을 주지 안으려 했다. 그러면서 초반 투구수가 불어났다"며 "야수들이 이번에도 좋은 수비로 도와줘 긴장감을 유지한 채 공을 던질 수 있었다. 평소 100개를 넘겨도 몸에 큰 무리가 없는만큼 버틸 때까지 버티자고 마음 먹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제 어디가서 나도 두산 선발 투수라고 명함 좀 내밀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팀이지만 다들 잘 던져도 너무 잘 던진다"며 "이제 부담감이 좀 줄었으니 팬들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앞으로 더 자신있게 던지겠다" 웃었다.
애초 유희관에 대한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어느덧 3년 동안 자신의 기량과 KBO리그에서 살아남는 법을 증명하고 검증했다. 김태형 감독도 앞서 그의 부진에 대해 묻자 "고작 2경기 가지고 유희관이란 투수를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