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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툰 시스템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이대호도 확실한 자신의 강점을 어필해야 한다.
이날 경기 주목할 점이 있었다. 이대호를 상대한 텍사스 좌완 선발 데릭 홀랜드의 투구 패턴. 거의 직구 승부였다. 그 직구도 승부 타이밍에는 모두 몸쪽으로 들어왔다. 홀랜드는 이날 이대호와 세 번 싸우며 총 11개의 공을 던졌는데 이 중 변화구는 2개 뿐이었다.
이대호도 세 타석 모두 직구를 때려냈다. 2개의 변화구는 모두 3루 선상 밖으로 굴러나갔다. 타이밍이 빨랐다. 이는 이대호도 상대가 자신에게 직구 승부를 걸어올 것에 대비를 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하루 전 9회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을 때도 제이크 디크먼이 9개의 공을 모두 직구로 뿌렸다. 이는 상대가 낯선 무대에 서있는 이대호의 약점을 몸쪽 직구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워낙 컨택트 능력이 좋은 이대호이기에 어설픈 변화구를 던졌다가는 오히려 맞을 확률이 더 높다. 그럴 바에는 플래툰 시스템 적용으로 아직 경기 감각이 100% 올라와있지 않은 이대호와 직구 승부가 유리할 수 있다.
이대호는 미국 진출 후 8번 타순으로 선발 출전하고 있다. 한국-일본에서 늘 중심 타순만 소화하던 이대호지만 현지에서는 8번 타순부터 시작이다. 장타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일단은 더 정교한 타격을 보여주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이대호의 컨택트 능력이라면, 직구가 들어올 것을 알고 타석에 들어서면 충분히 짧은 안타를 생산해낼 수 있다. 일단, 차곡차곡 안타를 쌓아나가야 코칭스태프와 팀 동료들에게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게 된다. 그렇게 출전 기회를 늘려가면서 타순도 위로 올라갈 여력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시애틀은 주전 1루수 애덤 린드가 17타수 1안타의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다. 또, 린드 말고도 팀 타선 전체가 동반 부진하며 총체적 난국이다. 스캇 서비스 감독도 변화를 꾀해야 할 순간이 오고 있다. 여기서 이대호가 조금 더 확실한 자신의 존재가치를 보여준다면 린드와의 플래툰 시스템을 이겨내고 주전 1루수로도 승격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름값도 좋지만, 지금과 같은 연패 상황에서는 일단 잘 치고, 잘 살아나가는 선수 투입이 우선이다.
일단, 미국 팀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상대하는지 감을 잡은 이대호다. 텍사스전 두 번째, 세 번째 타석이 그랬다. 직구 타이밍을 잡고 적극적인 타격을 했다. 여기서 안타도 나오고 희망을 봤다. 더 확실하게 이대호만의 강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