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끝에 내린 한화 이글스의 알렉스 마에스트리(30) 영입 결정. 그 본질은 결국 '플랜 B 가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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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계약의 이유
주목할 점은 마에스트리의 계약 조건. 기본 보장액이 2000만엔(미화 약 17만5600달러, 한화 약 2억900만원)에 불과하다. 대신 성적에 따른 플러스 옵션이 기본 보장액의 1.5배에 달하는 3000만엔(미화 약 26만3000달러, 한화 약 3억1300만원)이나 된다. 마에스트리가 옵션을 모두 획득하면 최대총액은 약 44만달러 선에 이른다.
결국 이 계약 조건 안에 한화 구단과 김성근 감독의 진짜 의도가 담겨있다. 시즌 개막이 불과 17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외국인 선발투수 한 자리를 마냥 비워놓는 게 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 외국인 선발이 한 명 부족한 상태에서 페넌트레이스에 돌입하게 되면 초반 경쟁에서 크게 밀려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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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당초 한화의 최우선 목표, 즉 '플랜 A'는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뛰다가 최종 개막 로스터에서 탈락한 투수를 영입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기다려왔다. 그리고 여전히 현재도 이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스카우트팀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현지에서 선수들을 관찰하며 영입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김 감독도 꾸준히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를 보며 영입 대상 선수를 보고있다.
'플랜 A',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플랜 A'만 믿고 기다리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만약 메이저리그 로스트에서 탈락한 선수가 한화와 계약해도 실제로 팀에 합류해 경기에 나서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그렇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는 4월4일(한국시각)에 끝난다. 이때쯤 로스터가 발표될 경우, 선수가 한화와 계약하고 마이너리그 소속팀과의 계약 문제 등 신변을 정리한 뒤 한국에 와서 실전에 투입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빨라야 4월말이나 돼야 선발을 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곧 시즌 초반 한화의 전력이 크게 불안정해진다는 뜻이다. 또 그렇게 데려온 선수가 부진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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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한화는 오키나와에서 테스트를 치른 듀엔트 히스를 이런 형태로 영입하려고 했었다. 지난 4일 히스의 영입 포기를 발표한 뒤 내부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그래서 히스와의 계약을 구체적으로 진행한 게 맞다. 하지만 히스는 최종 메디컬 체크에서 이상이 발견돼 끝내 한화 유니폼을 입지 못하게 됐다. 이후 찾은 대상이 마에스트리였다. 말하자면 '대안'의 또 다른 '대안'이다.
현재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마에스트리가 기대 이상의 호투로 선발 한 축을 확실하게 책임져주며 플러스 옵션을 모두 따내는 것이다. 구단과 선수 모두 '윈-윈'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마에스트리가 부진하다고 해도 데미지는 적다. 어차피 기본 보장액이 낮기 때문에 향후 확실한 메이저리거 출신 선수가 나오면 교체 비용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
김 감독은 "일본에서 던지는 모습을 봤는데, 꽤 안정적이었다. 3~4일쯤 후에 시범경기에 투입할 계획인데 잘 해주길 바란다"면서 "동시에 미국쪽에서도 계속 선수를 체크 중이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모르기 때문에 여러가지 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