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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한일전] "오타니, 속시원했다", 김인식 감독 밝힌 4강전 비하인드 스토리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11-20 14:38 | 최종수정 2015-11-20 14:38

[포토] 김인식 감독
20일 오전 일본 도쿄돔에서 프리미어 12 결승전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의 훈련이 열렸다.

김인식 감독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도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20.


"오타니가 내려갔을 때 속이 시원했지. 허허"

김인식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 속내를 털어놨다. '11.19 대첩'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다.

19일 한국은 기적같은 승리를 연출했다. 일본 야구의 심장부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 12 4강전에서 9회까지 0-3으로 끌려가다가, 9회 대거 4득점, 4대3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9회 4만 여명이 모인 도쿄돔은 침묵에 휩싸였다. 간헐적인 한국 응원단의 환호성도 있었지만, 삽시간 조용해진 분위기는 어쩔 수 없었다. 한마디로 충격과 공포였다.

역사에 길이 남을 도쿄대첩을 진두지휘한 김인식 감독. 20일 한국대표팀의 연습 때 김 감독은 변함없이 덕아웃을 지켰다.

그는 "이런 경기를 하기도 한다. 사실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4강전 승리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오타니의 공은 공략하기 너무 힘들어 보였다. 대표팀에서 가장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는 김현수도 공을 맞추지 못했다"며 "오타니가 내려갔을 때 속이 다 시원했다. 역전까지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실마리는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감독이 승리를 확신했을 때는 언제였을까. 그는 "정근우의 좌선상 2루타 때 1점을 뽑은 뒤에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현수가 볼넷으로 밀어내기 득점을 올리면서 1점차로 따라갔을 때, '뒤집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 감독의 확신은 현실이 됐다. 이대호가 좌전 2타점 적시타로 경기를 순식간에 뒤집어 버렸다.

그는 "3시간 동안 완전히 지고 있다가 5분 만에 역전을 시켜버렸다. 국제대회에서 이런 경기도 할 수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위기에 몰렸을 때 일본의 외야는 전진수비를 하고 있었다. 9회말 공격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김 감독은 "9회말이 있기 때문에 동점을 허용하더라도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다. 때문에 당시 전진수비는 매우 위험했다. 아마 도쿄돔이 인조잔디여서 타구가 빠르게 구르니까. 2루 주자를 홈에서 아웃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 나 같았으면 안정적인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9회말 공격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대타작전은 신기에 가까웠다. 두 차례 대타가 모두 성공했다. 9회 선두타자 오재원과 손아섭이 모두 안타, 무사 1, 2루의 역전 발판을 마련했다.

김 감독은 19일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오재원을 앞에 쓰고, 손아섭을 뒤에 쓰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 이날 김 감독은 "오재원의 경우 선두타자로서의 목적성이 확실히 있는 선수다. 발이 빠르고 대담하기 때문에 선두타자로 나섰을 때 효과가 있다. 반면 손아섭은 타격 능력이 좋다. 때문에 찬스에서 찬스를 이어주는 역할에 적격이다. 이 때문에 오재원을 먼저 대타로 내고 손아섭을 그 뒤에 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선수들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그는 "확실히 일본이 강하긴 하다. 9회 박병호의 직선타와 오재원의 타구는 안타성이었다. 그런데 일본 수비수들에게 모두 걸렸다. 특히, 오재원의 타구는 완전히 빠지는 줄 알았다. 일본 중견수(아키야마)가 약간 좌측에서 수비를 시작했는데, 따라와서 끝내 잡아내더라. 확실히 수준이 높긴 하다"고 칭찬했다.

이날 심판진의 스트라이크존은 매우 좁았다. 특히 타자 바깥쪽은 매우 인색했다. 김 감독은 "포수 양의지에게 일단 홈런이 많이 나오는 도쿄돔의 특성상 낮게 던지게끔 유도하라고 계속 지시했다. 그리고 바깥쪽 공에 대해서는 벤치에서 나도 소리를 지르고 했다. 그러자 주심이 신경이 쓰이는 지 벤치 쪽을 지켜보더라. 양의지는 '몇 개 빠진 공도 있었는데, 스트라이크가 볼로 판정되는 공도 있었다'고 하더라. 4회 나카타 쇼에게 내준 볼넷의 마지막 공은 스트라이크였던 것 같았는데"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대표팀 구성에 고민이 많았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투수들은 올 시즌 자신감을 얻고 잘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모든 것을 묵묵히 책임진 노장 사령탑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가득했다. 도쿄돔=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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