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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25일이었다. 홈 구장인 대전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의 시즌 최종전. 삼성을 맞아 2대1로 승리했다. 하지만 순위가 바뀐 건 아니었다. 꼴찌였다. 결국 당시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인식 감독은 부진한 성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사실상 KBO리그 사령탑 은퇴 경기였다. 한화 선수들은 그날 고개 숙여 인사를 팬들에게 했다. 미안함과 고마움의 표현. 다음 시즌 선전을 다짐했다. 그리고 얼마 후, 마운드에 서 있는 김 감독을 향해 선수들이 큰절을 올렸다. 30년 넘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처음 벌어진 광경이었다.
그럼에도 한국은 4강에 진출했다. 개막전에서 일본에 0대5 참패를 당했지만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분위기를 잘 추슬러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멕시코를 거푸 연파했다. 이쯤되면 '참사'를 걱정하던 한국 야구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고 평가해도 될 정도. 최악의 조건에서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김인식 감독의 힘이 컸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남은 건 일본전이다. 김 감독이 개인적으로 정확히 5할인 일본전 승률을 끌어올릴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2006년 제1회 WBC, 2009년 제2회 WBC 등 그간 일본과 10차례 격돌했다. 성적은 부산 아시안게임 1승, 2006년 WBC 2승1패, 2009년 WBC 2승3패, 이번 대회 1패.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대표팀 감독인 점을 감안하면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잡아 5할 이상의 승률을 남기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아울러 WBC에서 예선전에서는 모두 일본에게 좋은 성적을 거뒀다가 준결승(1회 대회) 결승(2회 대회) 등 정작 중요한 순간 무릎을 꿇은 탓에 이를 설욕하고 싶은 욕심도 들 수밖에 없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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