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나위없이 완벽했다. 하지만 그 화려함에 가려진 착시효과에 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프리미어12 야구 국가대표팀의 새 희망으로 떠오른 우완투수 이대은에 대한 다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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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이날 이대은의 모습은 프리미어12 대표팀에 큰 호재다. 우완 정통파에 150㎞가 넘는 강속구를 던져 타자와 정면 승부할 수 있는 투수는 커다란 전력이 된다. 가뜩이나 투수진 전력이 이전 대표팀에 비해 약화됐다는 평가가 있는 상황이다. 이대은의 '재발견'은 향후 프리미어12 대회에서 한국이 선전할 수 있는 플러스 요인이다.
그러나 이대은의 이날 호투에 어디까지 기대를 걸어야 할 지는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4이닝 투구 한 번 만으로 지나치게 고평가하거나 엄청난 기대와 희망을 거는 건 오히려 이대은 본인과 대표팀에 해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대은의 이날 호투 뒤에는 숨겨진 착시 효과도 분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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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번 슈퍼시리즈는 정말 전력을 쏟아부어야 할 프리미어12 대회의 전초전이다. '예행연습'의 성격이 짙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쿠바 역시 승패 자체보다 전체적인 점검에 중점을 뒀다. 쿠바 빅토르 메사 감독도 경기 후 "타자들이 못 쳤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패배에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보니 이대은 뿐만 아니라 다른 투수와의 승부에서도 전반적으로 빠른 타이밍에 배트를 휘둘러보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볼카운트 승부는 거의 없었다. 이날 한국팀 5명의 투수가 던진 공의 합계는 겨우 106개 밖에 안됐다. 이대은도 이런 분위기 속에 퍼펙트 피칭을 달성했다.
또한 이대은 역시 경기 내용 속에서 수비진의 도움을 많았다. 4회초 첫 상대엔 루르데스 구리엘이 친 타구는 분명 안타성이었다. 그러나 방향이 2루수 정근우의 정면으로 향하는 바람에 직선타 아웃이 됐다. 후속 율리에스키 구리엘의 타구 역시 1-2루 간을 꿰뚫는 안타가 될 뻔 했다. 이 또한 정근우의 슬라이딩 캐치에 잡혔다. 초반 정근우의 호수비 2개가 아니었다면 이대은은 큰 위기에 빠졌을 수도 있다. 김인식 감독 역시 경기 후 "쿠바의 안타성 타구가 대여섯개 있었는데, 우리 수비들이 잘 잡아줬다"는 말을 했다.
이대은은 소속팀 지바 롯데에서 호투하다가 주자가 나가거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릴 경우 급격히 무너지는 약점을 보였다. 분명 위력적인 공을 던지지만, 투구폼이 너무 깔끔해 타자들에게 오히려 쉽게 공략당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래서 결국 시즌 중 불펜도 경험했고,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도 탈락한 것이다.
만약 쿠바전 초반 정근우의 수비 도움없이 주자가 1, 2명 나갔을 경우 이대은은 다른 모습을 보였을 수도 있다. 때문에 쿠바전이 '평가전'인 만큼 오히려 이대은이 주자를 내보낸 뒤 슬라이드 스텝 투구로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살펴보는 게 좋았을 수도 있다. 쿠바 타선의 느슨한 대처와 한국 야수진의 호수비로 단 한 명의 주자도 나가지 않았던 상황. 이대은의 진짜 가치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든 착시효과의 요소다. 친선경기에서 '퍼펙트'는 중요하지 않다. 이대은의 진면목을 알아야 대표팀 투수 운용도 한층 정확해질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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