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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실점 행진 니퍼트, 더욱 강렬한 팀 스피릿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10-28 05:58


김재호가 병살타를 처리한 뒤 마중나온 니퍼트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9.09/

두산 더스틴 니퍼트를 보면 한결같다.

그에게는 그만의 루틴이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그렇다.

이닝을 끝내고 난 뒤 니퍼트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자. 그는 항상 야수들을 '마중'나온다. 사실 수비에서 핵심은 마운드다. 투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하지만 자신이 던지는 경기에서 이닝을 마치면 니퍼트는 맨 먼저 덕아웃에서 '대기'한다. 그리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야수들에게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한다. 맨 처음 들어오는 1루수부터 맨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좌익수 김현수 우익수 민병헌까지 모두에게 그렇게 한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팀동료들을 격려한다.

'수비를 항상 잘해줘서 고맙다'는 의미다. '너희들을 믿고 던지고 있다'는 야수의 신뢰를 얻는 행동이다. 매 경기, 니퍼트는 그렇게 한다.

인터뷰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좋은 피칭을 해도 "포수의 리드와 야수의 수비가 매우 좋았다"고 한다. 물론 다른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투수 인터뷰의 '단골 메뉴'이긴 하다.

그러나 니퍼트의 말에는 여느 투수와 다른 '울림'이 있다. 매 이닝 야수들을 '마중'나가면서 함께 호흡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인성은 정평이 나 있다. 실력과 인성을 동시에 갖춘 외국인 선수. 하지만 두산 선수들이나 팬들은 그를 '외국인 선수'로 생각하지 않는다. 완벽히 프랜차이즈 스타다.


니퍼트는 27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완벽투를 펼쳤다. 7이닝 3피안타 무실점. 포스트 시즌 24⅓이닝 연속 무실점이다. 포스트 시즌 연속 이닝 무실점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3년 유희관의 20⅔이닝이다.

완벽한 괴물 모드다. 그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퍼펙트 피칭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리고 사흘 쉬고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또 다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결국 나흘 쉬고 나온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여전히 '괴물'이었다. 1차전에서 8-4로 앞서다 8대9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두산이다. 그러나 니퍼트가 시리즈 흐름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팀이 꼭 필요한 시점에서 모든 '정리'를 끝내버리는 니퍼트다.

무결점 호투보다 더욱 강렬한 것은 그의 팀 정신이다.

야수들과 일일이 매 이닝 하이파이브를 하는 부분 뿐만이 아니다. 그는 2차전이 끝난 뒤 '두산의 중간계투진 젊은 투수들이 고전하고 있다.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해주고 싶은 말은 항상 많다. 하지만 이 자리는 적합하지 않다. 팀내에서 소통해야 할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곰곰이 씹어봐야 할 얘기다. 두산은 중간계투진이 좋지 않다. 마무리 이현승만이 홀로 고군분투한다. 특히, 필승계투조로 꼽았던 함덕주는 난조를 보이고 있다. 진야곱 허준혁 윤명준 등은 출전기회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 막을 수 있다는 신뢰감이 없기 때문이다.

니퍼트는 베테랑이다. 2013년 포스트 시즌 경험을 비롯, 큰 무대 수많은 경험이 쌓여있다. 이런 노하우와 대비책을 얘기해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말할 부분은 아니다. 공개적으로 밝히면 오히려 해당 선수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도 있다. 가장 적합한 방법은 팀내에서 비공개적으로 젊은 투수들에게 격려와 함께 노하우를 말해주는 것이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쉽지 않은 부분이다. 하지만 니퍼트는 이런 상황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는 항상 성실하다. 올 시즌 두 차례의 부상과 재활, 그리고 극적인 부활이 있었다. 항상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찾을 수 있었던 자신의 구위다. 게다가 투수가 야수들과의 믿음을 어떻게 표현하고 함꼐 호흡해야 하는 지를 보여준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젊은 투수들에게는 귀감이다. 니퍼트의 완벽한 투구 못지 않게 강렬한 그의 팀 스피릿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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