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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이다. 다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포스트 시즌 무대는 그렇다.
[PS포인트-R(주루)]
그리고 타석에는 이승엽. 아직까지 타격감이 돌아오지 않은 이승엽은 좌익수 앞 높은 플라이를 쳤다. 아웃될 확률이 너무 높은 평범한 타구.
그러나 이승엽은 기본을 잃지 않았다. 끝까지 1루로 뛰었다.
이때, 두산 수비진에 혼란이 일어났다. 두산 유격수 김재호와 좌익수 김현수의 콜 플레이가 맞지 않았다. 결국 평범한 플라이가 좌전안타로 둔갑했다.
타구는 김재호와 김현수 사이에 뚝 떨어진 뒤 높은 바운드를 형성했다. 두 선수의 맥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이승엽의 주력은 그리 빠른 편이 아니다. 하지만, 이승엽은 상대 수비의 순간적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2루를 향해 내달렸다. 김현수가 뒤늦게 2루에 빨랫줄같은 송구를 했지만, 빠른 판단력으로 2루로 달린 이승엽의 발이 한 발 더 빨랐다. 결국 세이프.
이 주루 플레이는 많은 의미가 있었다. 두산의 실책을 역이용, 상대를 압박했다는 부분. 그리고 팀내 최고참의 집중력 높은 플레이로 인해 축 처진 분위기를 일순간 바꾸는 효과도 있었다.
실제 경기에서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곧바로 채태인의 중전 적시타가 터졌고, 이승엽은 그대로 홈을 밟았다. 이 점수는 매우 중요했다. 4-6으로 2점 차까지 추격, 두산에게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을 줬다.
실제 두산은 6회 2점을 추가했지만, 삼성은 7회 5득점, 9대8로 전세를 뒤집었다.
결국 이승엽의 집중력높은 주루 플레이는 보이지 않는 '결승득점'이었다. 포스트 시즌에서 '집중력'은 매우 중요하다. 조그마한 틈, 그리고 하나의 플레이가 흐름을 완전히 변화시킨다. 결국 경기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그 부분을 제대로 보여준 이승엽이었다. 대구=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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