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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에릭 해커(NC)와 유희관(두산)은 박수를 받아야 한다.
해커는 지난해 가을 야구에서도 재미를 못 봤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3⅓이닝 5피안타(2피홈런) 3실점으로 패전의 쓴 맛을 봤다. KBO리그 포스트시즌 3경기 성적은 3전 전패, 평균자책점 7.11. 특유의 스트라이드 동작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려놓고, 다양한 변화구를 구석으로 찔러 넣는 그 만의 장점이 포스트시즌만 되면 사라지는 모양새다.
올 가을에서 힘을 못 쓰는 건 유희관도 마찬가지다. 그는 13일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4이닝 7피안타 3실점 했다. 21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2⅓이닝 6피안타 4실점으로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갔다. 일각에선 사령탑의 교체 타이밍이 너무 빨랐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규시즌에 비해 불안한 투구 내용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유희관은 2년 전만 해도 포스트시즌에서 엄청난 공을 뿌려대며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올려 놓았으나 두 번째 가을 야구에서는 상대의 집중 분석에서 고전하고 있다.
해커는 올 페넌트레이스 31경기에서 204이닝을 소화하며 19승 5패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했다. 다승 1위, 승률 1위(0.792), 평균자책점 2위 등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우뚝 섰다. 김경문 감독은 "해커가 기대 이상으로 잘 던져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시즌 전 셋업맨 원종현의 갑작스러운 수술, 시즌 중 찰리와 이재학의 난조로 큰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해커가 마운드의 무게 중심을 잡아 줬다는 설명이었다.
두산도 유희관이 없었다면 가을 야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노히트노런을 한 마야는 퇴출됐고 대체 용병 스와잭은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효자' 소리를 듣는 니퍼트도 몇 가지 부상으로 일 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더 많았다. 여기에 5선발 후보 이현승마저 손가락 미세 골절로 시즌 초반 재활군에 있던 상황. 유희관이 나갈 때마다 긴 이닝을 소화해주며 불펜의 짐을 덜어줬다. 4일 쉬고 등판하는 스케줄도 문제 없다고 코칭스태프를 안심시킬 정도였다. 올 시즌 그의 성적은 30경기에서 18승5패 평균자책점 3.94. 정규시즌 두산의 에이스는 유희관이었다.
다만 둘 모두 팀 내에서 유일하게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풀타임 뛰면서 정작 가을에는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20승' 고지가 눈앞에 있어 9월 중순부터 무리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쉬어야 할 타이밍에 더 세게 공을 던지면서 팀을 이끌어온 두 투수에 대한 '현재' 평가는 좋지가 않다. 일부 야구팬의 얘기는 너무 가혹하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둘이 없었다면 2위 NC, 3위 두산의 성적도 없었다. 플레이오프 5차전, 남은 한국시리즈 결과에 상관없이 해커와 유희관은 이미 자신의 연봉 200% 이상의 활약은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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