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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악몽', 2015시즌 넥센의 빛과 그림자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10-15 02:37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2-9로 뒤지던 두산이 11-9의 대역전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넥센 선수들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10.14/

"페넌트레이스에서의 아쉬움을 포스트시즌에서 만회하고 싶었는데."

염경엽 넥센 감독은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14일 목동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9대11로 패한 뒤다. 넥센은 한 때 9-2까지 앞섰지만 믿을 수 없는 역전패를 당했다.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올 가을야구를 허무하게 끝냈다. 염 감독은 "모든 건 감독 책임"이라고 했다. 부상 선수의 속출 등 몇 가지 문제로 있었지만 굳이 핑계대지 않았다. 그러면서 "수비가 강한 팀, 선수 스스로 경기를 풀어갈 줄 아는 팀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넥센은 내년부터 고척돔을 홈으로 쓴다. 2008년 창단 이후 8년 간 이어진 목동구장과의 동행은 씁쓸할 패배로 막을 내렸지만, 그들의 야구는 계속 된다. 히어로즈의 올 시즌을 정리해봤다.

가공할 만한 파괴력 '넥벤져스', 정작 완전체는 없었다,

넥센은 올해 주전 야수 9명이 모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KBO리그 최강 공격력의 팀인 것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엄청난 성과 뒤에는 '부상' 악령이 끊이지 않았다. 정작 10홈런 이상씩을 폭발한 타자들이 선발 라인업에 모두 이름을 올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한 것이다. 엄청난 파괴력의 '넥벤져스'가 완전체로 경기를 치른 것은 몇 경기 안 된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지난 8월 "주전 야수들 가운데 박병호를 빼곤 모두 한 번씩 부상을 당했다. 그 중 서건창이 십자인대 부상으로 빠진 게 팀에 큰 타격을 줬다"며 "서건창이 다치고 이택근까지 빠지면서 팀 도루가 70개 가까이 줄었다"고 아쉬워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자주 다치는지 모르겠다"며 애꿎은 하늘만 바라보기도 했다. 그리고 9월 중반에는 박병호마저 손가락 부상으로 한 동안 결장했다. 주전 전원이 한 번씩은 통증으로 재활의 시간을 거친 셈이다.

마운드 쪽이라고 별 반 다르지 않았다. 선발 자원으로 기대를 받은 왼손 베테랑 오재영이 고관절 부상으로 8월 말에야 1군에 합류했다.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하던 김영민은 9월5일 인천 SK전에서 생애 첫 완봉승을 거둔 뒤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시즌을 접었다. 순탄치 않은 2015시즌. 모든 구단이 선수들의 부상으로 신음했다고 하지만, 넥센은 유독 운이 따르지 않았다.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13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3회말 1사후 윤석민 삼진아웃때 이영재 주심에게 어필하고 있다.
목동=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15.10.13/
되풀이 된 최종전의 악몽. 원치 않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부상 선수가 많았지만 넥센은 7월31일까지 2위에 오르며 상위권에서 순위 싸움을 했다. 간간히 3연패를 당했지만 4연승, 5연승으로 깎인 승률을 끌어 올렸다. 밴헤켄이 이 때까지 11승4패로 전년도 20승 투수다운 모습을 보였다. 베테랑 송신영도 6승2패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팀 상승세에 앞장 섰다. 피어밴드, 한현희의 승수는 나란히 8승. 넥센은 한국시리즈 직행의 달콤한 꿈을 꾸고 있었다.

하지만 8월 1~2일 NC를 만나 내리 패하며 순위가 순식간에 4위로 추락했다. 올 시즌 16차례 맞붙어 3승13패의 굴욕적인 승률을 안긴 NC가 번번이 넥센의 발목을 잡았다. 염 감독은 "NC만 만나면 이상하게 꼬인다. 선수들이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넥센은 8월29일부터 9월5일까지 파죽의 8연승을 달리며 이내 3위로 올라섰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염 감독이 마지노선으로 잡은 목표였다.

그러나 최종전의 악몽이 되풀이됐다. 지난달 3일 삼성전에서 승리하면 3위가 확정됐지만, 0대1로 패하며 최종 순위는 0.5게임 차 뒤진 4위였다. 이날 기록한 안타는 단 1개. 지난해에도 단 '1경기' 때문에 땅을 쳤기에 더욱 아쉬웠다. 넥센은 당시 후반기 무섭게 승수를 쌓으며 선두 삼성을 추격하다가 SK전에서 비기며 0.5게임 뒤진 2위를 기록했다. 그렇게 올해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렀고 필승 계투조의 투구수가 늘어나며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내야수 김하성, 외야수 고종욱, 선발 양 훈 수확

아쉬운 성적에도 소득은 있다. 앞으로 내외야를 8년 넘게 책임질 젊은 선수들이 튀어나왔다. 유격수 김하성, 외야수 고종욱이다. 김하성은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 19홈런 73타점 22도루로 강정호(피츠버그)의 공백을 잘 메웠다. 강정호가 내뿜는 아우라에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염 감독은 "신인 시절 때만 놓고 보면 오히려 김하성이 낫다"고 힘을 실어줬다. 홍원기 수비 코치도 "수비가 안정적이다. 포스트시즌 경험을 통해 더 발전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20(홈런)-20(도루)에 실패한 것이 잘 됐다고 본다. 그래야 내년 시즌 뚜렷한 목표를 갖고 야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종욱의 활약도 눈부셨다. 119경기에 나가 타율 3할1푼에 10홈런 51타점 22도루를 성공했다. 팀 내에서 가장 발이 빠른 그는 도루 실패도 14차례나 되지만 내부적으로는 "50도루도 가능한 선수"라는 평이 나온다. 그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테이블세터를 맡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

양 훈은 포스트시즌 히트 상품이다. 생애 첫 가을야구에서 불펜진의 난조로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직구와 슬라이더, 스플리터로 2선발 노릇을 했다. 히어로즈는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이택근, 유한준, 손승락 등 내부 단속에 성공한다면 히어로즈는 내년에도 강팀으로 군림할 것이다.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력한 박병호의 공백은 강력한 외국인 타자로 메우면 된다.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다. 넥센 선발투수 양훈이 두산 타선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목동=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15.10.14/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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