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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이다. 다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포스트 시즌 무대는 그렇다.
[PS포인트-R(주루)]
그는 한 술 더 떠 "타이어를 갈아야 하는데"라고 하기도 했다. 데일리 MVP에 뽑히면 100만원 상당의 타이어 교환권을 준다.
그의 타격이나 주루 플레이를 보면 흔히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설렁설렁한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 타격 시 헛스윙하는 동작을 보면 너무나 부드러운 스윙 때문에 '대충 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야구 전문가들 사이에서 양의지의 스윙은 매우 부드럽우면서도 힘을 제대로 전달하는 매우 좋은 스윙으로 평가받는다.
주루는 한 술 더 뜬다. 내야 타구가 나오면 그는 설렁설렁 뛴다. 그의 뛰는 동작 자체도 약간 '게으른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체력 소모가 많은 포수 입장에서 내야를 전력으로 질주하는 것은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많다.
문제는 승부처다. '1점 승부'라든가, 상대의 폭투가 나오면 180도 변한다. 그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민첩하게' 베이스를 훔친다.
때문에 두산 김태형 감독은 "양의지는 확실히 느리다. 하지만 순간적인 센스는 훌륭한 선수다. 상대팀에 약점이 보이면, 순간적 판단으로 과감한 주루 플레이를 한다"고 했다. 물론 마지막에는 "그래도 느린 건 어쩔 수 없다"고 평가하지만.
5차전이 연상되던 14일 목동 준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은 허경민 김현수의 적시타로 8-9, 턱밑까지 따라왔다. 여전한 1사 1, 3루의 찬스.
양의지는 조상우의 변화구를 그대로 걷어올려 좌중간 3루타를 만들었다. 주루 과정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전력으로 질주한 양의지는 넥센 외야수가 한 차례 더듬자 지체없이 3루를 향해 내달렸다.
결국 양의지는 2타점 3루타를 터뜨렸다. 두산이 10-9로 역전하는 순간. 더욱 강렬한 부분이 이어졌다. 후속 타자는 최주환이었다.
5구째 최주환은 헛스윙을 했다. 삼진 아웃이었다. 하지만 폭투로 인해 스트라이크 낫 아웃 상태. 공은 3루 선상 옆 약 3m 지점으로 빠졌다. 최주환이 1루로 전력질주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3루 주자 양의지가 뛰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양의지는 지체없이 그대로 홈을 향해 내달렸다. 빠른 판단력과 과감한 주루였다. 포수 박동원은 재빨리 공을 잡은 뒤 홈 커버에 들어간 투수 조상우에게 건넸다. 그러나 양의지의 슬라이딩이 한 템포 더 빨랐다.
결국 양의지의 '빠른 발'은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득점까지 성공시켰다. 그는 MVP를 획득, 염원하던 타이어 교환권을 기어이 손에 넣었다. 충분히 받을 만한 플레이. 너무나 강렬했던 양의지의 홈 쇄도였다. 목동=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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