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정예. 군더더기 없이 스마트한 조직을 연상시키면서 비장감이 느껴지는 말이다. 지난 3년간 넥센 히어로즈 불펜이 그랬다. 확실한 불펜투수가 부족하다보니 특정 선수에게 크게 의존했다. 가을야구 시즌에는 집중도가 심화됐다. 사상 첫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던 2013년에 그랬고,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비슷한 장면이 재현됐다.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조상우는 성공과 실패를 차례로 맛봤다. SK 와이번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선발 앤디 밴헤켄, 손승락에 이어 등판해 3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5대4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3-3에서 등판해 10회까지 버텨줬다. 투구수 49개. 내일이 없는 승부에서 조상우는 든든한 승부사였다.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양 훈, 손승락, 한현희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조상우는 2이닝 동안 48개의 공을 던졌다. 혼신의 투구를 이어갔으나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동점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결국 히어로즈는 고졸 루키 김택형(19)이 연장 10회에 끝내기 안타를 맞으면서 3대4 역전패를 당했다.
팀 상황에 따른 결정이긴 하겠지만 조상우에게 과도한 부담이 가는 '올인 야구'가 당일 성공 여부를 떠나 독이 될 수도 있다. 다행히 이긴다고 해도 데미지가 너무 크다. 히어로즈의 이번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는 11명의 투수가 들어가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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