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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없는 총력전, 한화 '기본'을 돌아볼 시기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9-14 09:17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바늘 허리에 실을 묶어 쓸 수는 없다. 시간과 노력이 좀 들더라도 정상적으로 바늘귀에 실을 꿴 뒤에 써야 제대로 바느질이 된다. 최근 '5강 전쟁'에서 점점 뒤로 밀리고 있는 한화 이글스에 지금 필요한 것은 어쩌면 효과적이지 못한 '총력전'보다는 노멀한 팀 운용일 수도 있다.


13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한화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7대4로 승리한 후 한화 김성근 감독이 권혁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9.13.
시즌 초반부터 한화는 다른 9개 구단과는 전혀 다른 식으로 경기에 임했다. 뿐만이 아니라 최근 프로야구의 트렌드와도 달랐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매 경기를 마치 포스트시즌처럼 치렀다. 이길 수 있는 경기는 확실히 이겨서 초반부터 승수를 쌓겠다는 전략. 이미 과거 SK 와이번스 시절에도 보여줬던 '초반 전력 질주 방법'이다. 그러나 한화에서는 조금 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한화는 시즌 전반기에 역전승 1위를 기록하면서 5할 승률을 넘겼고, 중위권의 강자로 떠올랐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최하위에 쳐졌던 한화 선수들과 팬들도 '이기는 기쁨'을 알게 됐다. 김 감독의 시즌 초반 '총력전'은 그래서 매우 유용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총력전 드라이브'의 효과가 시즌 막판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는 데 있다. 올스타 휴식기를 기점으로 한화는 계속 추락했다. 전반기에 만들어 놓았던 승수 여유도 금세 사라졌고, 5할 승률에서 멀어졌다. 어느새 한화는 '후반기 역전패 1위'의 불명예를 쓴 채 5위 싸움에서 두 계단이나 밀려나 14일 현재 7위에 머물러 있다. 5위 롯데 자이언츠와는 1.5경기 차이가 난다.


2015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연장 12회말까지 가는 접전끝에 7대8 역전패를 당한 한화 선수들이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9.08/
김 감독은 몇 경기 남지 않은 시즌 막판 '5위'를 되찾기 위해 한 번 도 '총력전 카드'를 꺼냈다. "이제는 여유가 없다.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한다"며 지난 9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말했다. 옳은 말이고, 현 시기에 적합한 작전이다. 어떤 감독이든 시즌 막판에 순위 싸움이 걸려있다면 당연히 '총력전' 카드를 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 방법이 더 이상 한화 이글스 선수단에 통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김 감독이 총력전을 선언한 뒤에도 한화는 승리보다 지는 경우가 잦았다. 선수들의 표정과 플레이에서는 다분히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시즌 초반부터 전력 질주한 데 따른 후유증일 수도 있고, 김 감독의 분석처럼 지나친 부담감과 의욕에 의한 심리적 위축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건 현재의 한화는 정상적인 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한화는 순위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9월 들어 성적이 극도로 저조하다. 12경기에서 겨우 4승 밖에 챙기지 못했다. 현재 5위를 꿰차버린 롯데가 11경기에서 무려 8승을 거둔 것과는 대비된다. 지난 9일 '잠실 총력전 선언' 이후에도 1승4패로 부진했다. 이 기간 동안 김 감독은 정말 다양한 작전과 깜짝 투수 기용을 통해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결과는 오히려 좋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1일 대전 SK전의 선발로 김민우를 깜짝 투입했던 일이다. 원래 로테이션은 안영명 차례였다. 그리고 김민우는 전날 7회 등장해 4개의 공을 던지고 내려갔다.

김 감독은 최근 한화의 불펜이 약해진 점과 안영명이 완투형 선발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김민우의 컨디션 등을 근거로 선발을 바꿨다. 하지만 김민우는 1이닝 만에 4실점한 뒤 안영명과 교체됐다. 결과적으로는 안영명이 그냥 선발로 나선 상황과 다를 바 없었고, 결과는 오히려 더 안좋았다. 의도는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 김민우의 선발 투입은 '악수'였다.


한화는 이제 14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롯데와 1.5경기 차이라서 여전히 5위 탈환에 대한 희망은 남아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분위기라면 5위 탈환의 가능성은 극도로 희박하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데, 이전까지는 더욱 강력한 총력전과 변칙 작전을 써왔다. 하지만 이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최근의 성적에서 드러난다. 차라리 이런 상황이라면 역으로 지극히 순리적이고 노멀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게 방법일 수 있다. 만약 5위 탈환에 실패하더라도 그런 편이 팀의 미래를 위해서는 확실히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변칙'보다 '기본'을 돌아볼 시기일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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