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바늘 허리에 실을 묶어 쓸 수는 없다. 시간과 노력이 좀 들더라도 정상적으로 바늘귀에 실을 꿴 뒤에 써야 제대로 바느질이 된다. 최근 '5강 전쟁'에서 점점 뒤로 밀리고 있는 한화 이글스에 지금 필요한 것은 어쩌면 효과적이지 못한 '총력전'보다는 노멀한 팀 운용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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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이런 '총력전 드라이브'의 효과가 시즌 막판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는 데 있다. 올스타 휴식기를 기점으로 한화는 계속 추락했다. 전반기에 만들어 놓았던 승수 여유도 금세 사라졌고, 5할 승률에서 멀어졌다. 어느새 한화는 '후반기 역전패 1위'의 불명예를 쓴 채 5위 싸움에서 두 계단이나 밀려나 14일 현재 7위에 머물러 있다. 5위 롯데 자이언츠와는 1.5경기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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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화는 순위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9월 들어 성적이 극도로 저조하다. 12경기에서 겨우 4승 밖에 챙기지 못했다. 현재 5위를 꿰차버린 롯데가 11경기에서 무려 8승을 거둔 것과는 대비된다. 지난 9일 '잠실 총력전 선언' 이후에도 1승4패로 부진했다. 이 기간 동안 김 감독은 정말 다양한 작전과 깜짝 투수 기용을 통해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결과는 오히려 좋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1일 대전 SK전의 선발로 김민우를 깜짝 투입했던 일이다. 원래 로테이션은 안영명 차례였다. 그리고 김민우는 전날 7회 등장해 4개의 공을 던지고 내려갔다.
김 감독은 최근 한화의 불펜이 약해진 점과 안영명이 완투형 선발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김민우의 컨디션 등을 근거로 선발을 바꿨다. 하지만 김민우는 1이닝 만에 4실점한 뒤 안영명과 교체됐다. 결과적으로는 안영명이 그냥 선발로 나선 상황과 다를 바 없었고, 결과는 오히려 더 안좋았다. 의도는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 김민우의 선발 투입은 '악수'였다.
한화는 이제 14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롯데와 1.5경기 차이라서 여전히 5위 탈환에 대한 희망은 남아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분위기라면 5위 탈환의 가능성은 극도로 희박하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데, 이전까지는 더욱 강력한 총력전과 변칙 작전을 써왔다. 하지만 이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최근의 성적에서 드러난다. 차라리 이런 상황이라면 역으로 지극히 순리적이고 노멀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게 방법일 수 있다. 만약 5위 탈환에 실패하더라도 그런 편이 팀의 미래를 위해서는 확실히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변칙'보다 '기본'을 돌아볼 시기일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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