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양현종. 팀의 에이스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좌완투수다. 올해 KBO리그에서 평균자책점 1위. 한화 이글스 에스밀 로저스. 한화가 시즌 막판 어렵게 영입했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던 현역 메이저리거로 100만달러에 육박하는 몸값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실력으로 이를 잠재웠다. 한국 무대를 밟자마자 완투-완봉승을 연거푸 거두며 최강의 에이스다운 위력을 보여줬다.
|
|
그런데 6회에 흐름이 바뀌었다. 한화의 6회초 공격 때 양현종이 2사후 안타 2개와 연속 볼넷 2개로 밀어내기 1점을 허용하며 첫 실점을 했다. 그러나 이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앞서 5회초 마지막 타자인 이용규의 '용규놀이'에 당해 한 타자에게만 무려 17개의 공을 던지느라 양현종의 체력이 떨어져 생긴 일. 이해할 수 있다.
|
일단 여기서 KIA 김기태 감독이 한번 나와 어필을 했다. 내용은 한화 포수 조인성이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는 길목을 애초부터 막고 있었다는 것. 이런 행위는 원래 규정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다. 다만 서로간의 부상 방지를 위해 포수가 공을 잡지 않았을 때는 주자의 진로를 열어주자는 것이 암묵적인 합의사항이다. 김 감독은 이런 점을 지적했고, 조인성은 "절대 처음부터 막고 있지 않았고, 공을 잡은 후 왼쪽으로 몸을 틀며 블로킹한 것"이라고 정중히 설명했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이다. 나광남 주심은 이런 이유로 김 감독의 어필을 한참 듣다가 어필 시간이 길어지자 김 감독을 덕아웃으로 돌려보냈다.
그렇게 2사 1루가 됐다. 여기서 갑자기 상황이 혼돈에 빠져든다. KIA 필이 친 안타성 타구를 한화 중견수 이용규가 전력으로 달려오면서 오른손에 낀 글러브로 땅을 쓸듯 걷어냈다. 이용규는 타구가 땅에 튀기 전에 직접 잡았다며 아웃이라는 제스추어를 취했다. 100%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윤상원 2루심의 첫 콜은 '안타'였다. 그러자 이용규는 합의 판정을 하자며 손동작을 한 채 내야까지 달려들어왔다.
|
심판진의 어처구니없는 혼동은 이 과정에 생겼다. 원래 애매한 외야 타구의 안타/아웃 판정의 우선권한은 해당 플레이가 일어난 곳과 가장 가까운 심판에게 있다. 보통 주심이 하지만, 이 경우처럼 애매한 장면이 나왔을 때에 해당한다. 윤상원 2루심이 '안타' 판정을 하는 게 맞다. 이용규도 처음에 이 콜을 보고나서 합의 판정을 요청한 것이다. 당시 1루주자 박준태는 2루에 이미 도달한 뒤 상황이 복잡해진 틈을 타 슬금슬금 3루까지 갔다.
그런데 여기서 엉뚱하게 박기택 3루심이 나섰다. 내야 근처에 어수선하게 몰려있는 한화 선수들을 향해 필의 타구가 아웃이라는 사인을 한 것. 이걸 보고 한화 야수진은 전부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나광남 주심은 박기택 심판의 콜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화 타자들을 다시 그라운드로 불러냈고, 이를 본 한화 김성근 감독은 정식으로 합의판정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합의 판정 결과는 안타로 나왔다. 이용규가 잡은 타구는 글러브 끝부분과 땅에 절묘하게 걸쳤다가 튀어오르며 글러브 손바닥쪽에 잡혔다. 윤상원 2루심의 원 판정이 인정받은 것이다. 상황은 2사 1, 3루로 바뀌었다. 그러자 김성근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어필했다. "애초에 왜 박기택 3루심은 아웃콜을 했는가. 그리고 그 의견은 왜 인정받지 못했나"라는 내용. 나광남 주심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런 어필에 대해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심판진의 미스가 맞았기 때문. 윤상원 심판이 정상적으로 콜을 했으면 이용규는 그 시점에 정상적으로 합의 판정을 요청했을 것이고 박준태도 3루까지는 가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복잡한 상황이 벌어진 탓에 이용규는 관중으로부터 욕설과 오물 세례를 듣기도 했다. 몰지각한 관중도 문제지만, 심판이 이런 화를 키웠다고 볼 수 있다.
|
한 순간에 승부의 흐름이 바뀔 수 있는 이런 명품 투수전에서 불필요한 콜로 상황이 복잡해지면 모두가 피해를 본다. 김기태 감독은 바로 이런 점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KIA는 0대3으로 졌다. 곧바로 다음 이닝인 7회초에 2점을 더 내줬다. 흐름이 확 뒤바뀐 결과다. 심판진이 보다 원활하게 경기를 운영해나갔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벌어지는 리그 막판일수록 심판진의 집중력과 책임감이 더욱 강하게 요구된다. 22일 광주 KIA-한화전에서는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심판진의 반성이 필요하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