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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 20홈런 김상현, 충분히 가치있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8-13 06:39


2015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주중 3연전 2차전이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가 2-12로 뒤진 5회말 무사 kt 김상현이 좌월 투런포를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회 첫 타석에서 투런포를 친 김상현은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8.12/

kt 위즈 김상현의 20홈런 기록, 일단 큰 축하의 박수부터 먼저 보내자.

김상현(35)은 12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에서 2회말과 5회말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시즌 20홈런 고지를 정복했다. 다시 20홈런 타자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9년 KIA 타이거즈 소속으로 3할1푼5리 36홈런 127타점의 몬스터 시즌을 보내며 정규시즌 MVP의 영광을 누렸고, 이듬해에도 21홈런을 때려내며 자존심을 지켰다. 그리고 다시 20홈런을 때리기까지 지난 5년의 시간은 악몽이었다. KIA에서 SK 와이번스로 트레이드가 됐고, 장타를 터뜨리기는 커녕 출전 기회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옛 스승 조범현 감독의 부름을 받고 막내팀 kt의 유니폼을 입었고, 김상현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다. 2009년 반짝이었다는 평가를 뒤집어놓겠다"고 외치며 절치부심 시즌을 준비했다. 보통 30세가 훌쩍 넘은 선수가 한 번 하락세를 타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 매우 힘든게 사실인데, 김상현은 이 루틴을 파괴하고 다시 강타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 5년의 시련도 시련이지만, 올시즌 20홈런까지 오는 길도 험난했다. 올시즌만 잘 마치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FA 자격을 얻는다. 의욕이 넘쳤다. 개막전 멀티 홈런을 때려내며 완벽한 부활을 알리는 듯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조 감독이 항상 하는 얘기, "70%의 힘으로만 쳐도 넘어간다"는 미션 수행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욕심이 생겨 힘이 들어가고 스윙이 커지며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졌다. 특히, 찬스 때 무기력한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홈런수는 계속해서 증가했지만 영양가에 대한 지적이 나온 이유다. 한화전도 마찬가지. 팀이 너무 크게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욕심을 버리고 방망이를 돌리니 좋은 타구가 연달아 나왔다. 팀을 위한 스윙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7월 초 2군행을 지시받기도 했다. 베테랑으로서 자존심도 상할 법한 일이었지만 절치부심 준비해 다시 1군에 올라왔고, 이후 중심타자로서 역할을 다해주고 있다.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김상현의 값진 기록을 평가 절하할 수 없다.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긴 시간 슬럼프를 겪은 선수가 다시 살아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김상현은 어찌됐든 강타자를 상징하는 한 지표인 20홈런 기록을 kt 선수 처음으로 달성했기에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 하다. 안그래도 장타자가 부족한 kt의 팀 현실상 김상현마저 없었다면 상대 투수진이 느끼는 위압감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또, 20홈런으로 끝이 아니다. 아직 41경기가 더 남아있다. 최소한의 목표였던 20홈런 고지를 넘어섰으니, 더 부담없이 타석에서 투수를 상대한다면 홈런 개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물론, 팀 승리에 직결되는 영양가 높은 홈런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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