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이자 '응원단장'이자 '격려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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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로저스의 진가는 '에이스급 피칭'외에도 다른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수치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팀 전력 상승에 한몫 하고 있는 로저스의 또 다른 가치. 그것은 바로 순식간에 '팀 이글스'의 중심에 녹아들었다는 것이다. 마치 수 년간 한화 이글스에서 동고동락했던 사이처럼 동료들과 어울린다.
단순히 구김살없이 인사를 하고, 장난을 주고받는 차원이 아니다. 함께 힘을 모아 적과 싸우는 '동지애'를 느끼게 만든다. 자신이 경기에 나서지 않을 때는 덕아웃에서 열정적인 응원을 보여주며 '응원단장'이 됐다가, 자신이 나선 경기에서는 호수비를 펼친 야수들에게 진심이 우러나오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격려대장'으로 변신한다. 그 덕분에 로저스가 나서는 경기에서는 '팀 캐미스트리'가 자연스럽게 치솟는다.
이런 로저스의 또 다른 매력은 첫 등판때부터 나왔다. 경기 초반 멋진 다이빙캐치로 대량 실점의 위기를 막아낸 유격수 강경학에게 연신 박수를 보내더니 이닝 교체 때는 강경학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다른 야수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더니 8일 대전 롯데전때는 덕아웃 한쪽에서 한화 특유의 응원문화인 '육성응원' 동작을 따라하기도 했다. 동료들이 롯데를 상대로 펼치는 플레이 하나하나에 열광하고 안타까워하며 응원을 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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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에는 야수진의 호수비에 대한 고마움을 더욱 적극적으로 표시했다. 호수비가 나오는 순간마다 해당 야수와 눈을 맞추며 박수를 보내거나 손가락으로 가리켜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은 기본이다. 가끔씩은 이닝 교체 때 먼저 덕아웃으로 들어가지 않고 야수들이 들어올때까지 기다렸다가 하이파이브를 나누기도 한다. 11일 kt전에도 그랬다. 5회말 2사후 우익수 정현석이 박기혁의 안타성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잡아내자 로저스는 어깨를 들썩이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더니 미소를 지은 채 덕아웃으로 3루 파울라인 부근에 멈춰섰다. 외야에 있던 정현석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준 것이다. 정현석이 다가오자 로저스는 손을 내밀었다. 진심을 담아 호수비를 펼친 정현석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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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로저스의 모습은 한화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워낙에 타자와의 승부가 빨라 야수진의 집중력 유지에도 도움이 되고 있지만, 매 순간 고마움과 파이팅을 동료들에게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선수들을 하나로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 결과적으로 로저스가 그라운드의 중심에 서서 동료들을 하나로 묶는 아교같은 역할을 한 셈이다. '팀 캐미스트리'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었다는 점. 로저스의 또 다른 위력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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