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것 때문에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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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이 언급한 인물은 지난해 2차 2라운드(44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박한길이다. 인천고를 졸업한 우완 정통파 투수로 1m87, 95㎏의 당당한 체구를 지녔다. 입단 직후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재활을 거쳐 올해부터는 퓨쳐스리그에서 뛰고 있다. 주로 선발로 나오고 있는데, 최근 3연승을 거두며 3승3패, 평균자책점 6.60을 기록 중이다. 현재 신분은 육성선수로 돼 있다.
김 감독이 박한길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보다 빠른 구속 때문. 그래서 전반기 중 대전 홈경기가 있을 때면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로 불러와 직접 불펜에서 투구 지도를 여러번 했었다. 박한길은 마치 마른 스펀지처럼 김 감독의 레슨을 쑥쑥 빨아들이며 성장해왔다. '구속만 빠른' 선수에서 제구력까지 갖춘 선수가 되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육성선수 신분인 박한길이 1군 엔트리에 들어가려면 정식 선수로 등록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화는 정식 등록선수 정원(65명)이 모두 차 있다. 결국 박한길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식 선수 중 한 명을 웨이버 공시할 수 밖에 없다. 팀에서 내보낸다는 뜻이다.
이미 한화는 올해 벌써 4번이나 웨이버 공시를 했다. 이중 외국인 타자였던 나이저 모건을 빼고, 육성선수 신분인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웨이버 공시를 한 기존 국내 선수는 추승우 전현태(이상 야수), 정민혁(투수) 등 3명이다. 김 감독은 이 선수들을 팀에서 내보낼 때마다 무척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또 해야만 한다. 김 감독은 "프로 무대에 4년만에 돌아오다보니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몰라서 이런 일이 계속 생기는 것 같다. 미리 신인 선수를 육성 선수 신분으로 바꿔놨으면 정식 등록 선수 정원에 여유가 좀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KBO리그의 웨이버 등록 마감은 24일까지다. 그날이 되면 한화는 4번째 웨이버 선수를 발표할 것이다. 박한길은 기회를 얻겠지만, 기존 선수 한 명은 씁쓸하게 이글스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 김 감독은 오늘 밤에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할 듯 하다.
수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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