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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 or 방출' 기로에 놓인 '야신'의 딜레마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7-22 20:51 | 최종수정 2015-07-23 06:37


"지금 그것 때문에 고민이 많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난감한 상항에 빠졌다.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어린 선수에게 1군에서 뛰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은데, 그러자니 누군가를 또 다시 팀에서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선수를 방출하는 것을 좋아하는 지도자는 없다. 누구에게나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싶은게 김 감독의 속마음이다.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선수 등록 규정을 무시할 수도 없다. 결국은 내키지 않는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22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15 프로야구 한화와 KT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7.22.
김 감독은 22일 수원 kt위즈 파크에서 kt 위즈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이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후반기에 1군 무대에서 시험해보고 싶은 선수가 있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올해 초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는 어린 투수가 있다. 150㎞의 빠른 공을 예사로 던지는 재미있는 선수다. 그래서 계속 가르쳐왔고, 이제 실전에서도 보고싶다"고 했다.

김 감독이 언급한 인물은 지난해 2차 2라운드(44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박한길이다. 인천고를 졸업한 우완 정통파 투수로 1m87, 95㎏의 당당한 체구를 지녔다. 입단 직후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재활을 거쳐 올해부터는 퓨쳐스리그에서 뛰고 있다. 주로 선발로 나오고 있는데, 최근 3연승을 거두며 3승3패, 평균자책점 6.60을 기록 중이다. 현재 신분은 육성선수로 돼 있다.

김 감독이 박한길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보다 빠른 구속 때문. 그래서 전반기 중 대전 홈경기가 있을 때면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로 불러와 직접 불펜에서 투구 지도를 여러번 했었다. 박한길은 마치 마른 스펀지처럼 김 감독의 레슨을 쑥쑥 빨아들이며 성장해왔다. '구속만 빠른' 선수에서 제구력까지 갖춘 선수가 되어가는 중이다.

물론 아직 '완성'까지는 한참 멀었다. 더 성장해야 하는 데, 그러기 위해선 '레슨'만으로는 부족하다. 1군 무대에서 혹독한 시련을 거쳐야만 한다. 마침 한화는 외국인 선발 쉐인 유먼이 어깨 통증으로 잠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선발 로테이션에 빈틈이 생겼다. 또 전반기 내내 전력 투구를 한 필승조의 피로도 누적된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유망주가 합류해 힘을 실어준다면 팀이 한층 강하게 전진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이 바로 김 감독이 박한길을 1군 무대에 불러올리려는 이유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육성선수 신분인 박한길이 1군 엔트리에 들어가려면 정식 선수로 등록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화는 정식 등록선수 정원(65명)이 모두 차 있다. 결국 박한길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식 선수 중 한 명을 웨이버 공시할 수 밖에 없다. 팀에서 내보낸다는 뜻이다.

이미 한화는 올해 벌써 4번이나 웨이버 공시를 했다. 이중 외국인 타자였던 나이저 모건을 빼고, 육성선수 신분인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웨이버 공시를 한 기존 국내 선수는 추승우 전현태(이상 야수), 정민혁(투수) 등 3명이다. 김 감독은 이 선수들을 팀에서 내보낼 때마다 무척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또 해야만 한다. 김 감독은 "프로 무대에 4년만에 돌아오다보니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몰라서 이런 일이 계속 생기는 것 같다. 미리 신인 선수를 육성 선수 신분으로 바꿔놨으면 정식 등록 선수 정원에 여유가 좀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KBO리그의 웨이버 등록 마감은 24일까지다. 그날이 되면 한화는 4번째 웨이버 선수를 발표할 것이다. 박한길은 기회를 얻겠지만, 기존 선수 한 명은 씁쓸하게 이글스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 김 감독은 오늘 밤에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할 듯 하다.


수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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