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화 김민우, 패배 속에서 희망을 던졌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7-22 22:29


땀에 범벅이 된 얼굴에는 못내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교체 지시를 받은 뒤 아랫입술을 앙다문 표정이 마치 '좀 더 던질 수 있는데…'라고 항변하는 듯 했다. 그러나 한화 이글스 루키 김민우는 '할 만큼' 했다.


22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15 프로야구 한화와 KT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김민우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7.22.
그걸 가장 잘 아는 건 현장에서 목청껏 함성을 쏟아낸 팬들이다. 그리고 기대와 우려속에서 그를 지켜본 선배 동료들이다. 22일 수원 kt위즈 파크에서 김민우는 한화 투수 중에 유일하게 3루쪽 한화 팬들의 기립 박수속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선배들의 힘찬 하이파이브도 받았다. 비록 중간에 나와 1점을 내줬지만, 루키의 거침없는 정면승부는 한 여름 열대야 속 한화의 패배를 잠시 잊게 했다.

김민우는 22일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4회에 팀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로 나온 안영명이 갑작스러운 어깨 통증 때문에 1⅓이닝 만에 강판된 상황. 한화는 어쩔 수 없이 초반부터 불펜 자원을 총동원했다. 안영명에 이어 좌완 김기현이 나와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2볼넷으로 선행 주자의 득점을 허용했다. 이어 송창식이 1이닝 1안타 3볼넷으로 1실점, 송은범이 원포인트로 3회에 나와 오정복을 1루 땅볼로 아웃시켰다.

그리고 김민우가 4회부터 등장했다. 한화가 3-4로 뒤지던 접전 상황이었다. 김민우의 투구 내용에 따라 경기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민우는 이 어려운 상황에서 씩씩하게 던졌다. 나오자마자 2구만에 첫 상대인 이대형에게 좌전안타를 맞는 바람에 압박감은 더 커졌다. 게다가 kt 3~5번 클린업 트리오를 줄줄이 상대해야 한다.

그러나 김민우는 마르테-김상현-장성우 등 kt 간판 타자들과 두려움없이 맞섰다. 직구 평균구속이 140㎞ 초반에 그쳤지만, 이 공을 마치 150㎞ 직구처럼 꽂아넣었다. 슬라이더와 커브의 제구도 위력적이었다. 결국 마르테를 133㎞의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그 와중에 이대형이 2루를 훔치며 1사 2루가 됐지만, 김민우는 개의치 않았다.

다음 타자는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는 김상현. 그러나 김민우는 이번에도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슬라이더(136㎞)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그때부터였다. 3루측 관중석에 함성이 터지기 시작한 것은. 2사 2루에서 김민우는 장성우를 만났다. 이번에는 초구 스트라이크에 이어 연속 3개의 볼을 던지며 흔들리는 듯 했다. 그러나 회심의 슬라이더(시속 133㎞)로 두 번째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6구째에 커브(시속 110㎞)를 던졌다. 장성우의 방망이는 힘차게 돌았지만, 빈 공간만 갈랐다. 공은 포수 허도환의 글러브에 파고 들었다.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순간이다.

강렬한 모습으로 4회를 끝낸 김민우는 5회에도 삼진 1개를 추가하며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6회가 됐다. 투구수가 30개를 넘어서면서 구위가 약간 떨어졌다. 결국 선두타자 오정복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맞았다. 후속 이대형의 희생번트로 1사 3루가 된 상황. 앞서 4회에 삼진을 잡아낸 마르테를 다시 만났다.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에 시속 143㎞짜리 직구를 던져 좌전 적시타가 됐다. 정타가 아니었다. 볼끝에 힘이 있었으면 내야 뜬공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민우의 공은 4회보다 약해진 상태였다. 결국 타구는 유격수 키를 살짝 넘어갔다.

그래도 한화 벤치는 김민우에게 계속 마운드를 맡겼다. 아직은 버틸 힘이 있다고 본 듯 하다. 그 판단은 맞았다. 김민우는 김상현을 2루수 앞 병살타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그리고 7회에도 나와 선두타자 장성우를 다시 삼진으로 잡고, 후속 박경수는 유격수 땅볼 처리했다. 하지만 2사 후 박기혁에게 우전안타를 맞자 한화 니시모토 투수코치가 올라왔다. 이제는 바꿀 때다. 투구수가 62개에 달했기 때문.


김민우는 결국 아쉬운 표정속에 터벅터벅 덕아웃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건 팬들의 우렁찬 기립박수와 동료들의 하이파이브였다. 루키 김민우가 이날 던진 건 단순한 공이 아니었다. 한화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었다. 팬과 동료들의 박수와 하이파이브는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한화는 3대5로 졌지만, 김민우를 얻었다.


수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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