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양현종 vs 유희관, 희비가른 4가지 결정적 장면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6-28 07:15


KIA와 두산의 주말 3연전 두번째 경기가 2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올시즌 가장 강력한 토종 좌완 에이스 두산 유희관과 KIA 양현종이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두 사람의 투구 모습을 한 위치에서 촬영해 한 장의 사진으로 합성했다.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6.27

올 시즌 가장 잘 나가는 좌완 선발의 맞대결. 27일 광주에서 열린 KIA와 두산전.

KIA는 양현종, 두산은 유희관이 마운드에 올랐다. 예상보다 많은 점수가 났다. 양현종은 고전했다. 6⅓이닝 8피안타 4실점. 선발 투수로서 역할을 했지만, 2% 부족했다.

유희관 역시 다양한 패턴 변화로 잘 대비한 KIA 타선을 효과적으로 상대했다. 하지만 특급투는 아니었다. 7이닝 6피안타 4실점.

기대했던 '명품 투수전'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둘의 컨디션은 경기 초반부터 정상이 아니었다. 좀 애매했다. 아쉬웠던 선택도 있었지만, 그들은 확실히 '에이스의 풍모'를 풍겼다. 숱한 화제를 모았던 '양현종 vs 유희관'의 맞대결. 강렬했던 4가지 장면을 짚어봤다.

Ⅰ. 끝내 잡히지 않은 제구력

두산 유희관은 경기가 끝난 뒤 "1회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나도 그렇고 양현종도 그렇게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양현종은 제구력이 불안했다. 기본적으로 평소보다 공 자체가 한 개 정도 높았다. 1회 선두타자 민병헌이 좌선상 2루타를 친 뒤, 정수빈은 희생번트에 실패했다. 그리고 높은 공을 그대로 때렸다. 우익수 깊숙히 가는 희생플라이.

김현수 역시 어렵지 않게 중견수 희생 플라이를 때려냈다. 결국 선취점을 내줬다. 공이 높았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효율적인 대처가 힘들었다.


양현종은 이런 패턴을 3회까지 끌고 갔다. 결국 3회 2사 1, 2루 상황에서 양의지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사실 이전부터 '경고등'이 커진 상태였다. 1사 2루 상황에서 김현수에게 연속 3개의 볼을 뿌렸다. 4구째 스트라이크를 넣었는데, 가운데 높게 형성되는 슬라이더였다. 평소 같았으면 김현수가 놓치지 않았을 실투성 공이었다. 양의지는 타석 전 패스트볼을 노리고 들어갔다. 그는 "1회 변화구로 안타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이번에는 패스트볼을 노렸다"고 했다.

140㎞의 패스트볼이 몸쪽 높게 형성됐다. 양의지가 휘두른 타구는 바람을 타고 좌측 펜스를 살짝 넘어갔다. 양현종 입장에서는 약간 불운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 자체가 높았기 때문에 두산 타선에서 언제든지 장타가 터질 확률이 높았다. 결국 양현종이 내준 4실점 모두 높게 형성되면서 생긴 부작용이었다.


KIA와 두산의 주말 3연전 두번째 경기가 2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3회초 2사 1,2루 두산 양의지가 KIA 양현종의 투구를 받아쳐 좌측담장을 넘어가는 재역전 3점홈런을 날렸다. 홈런을 허용한 양현종이 아쉬워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6.27/
Ⅱ. 유희관-양의지의 빠른 대응

유희관 역시 불안했다. 1회 1사 이후 김호령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뒤 김주찬에게 솔로홈런을 내줬다. 역시 127㎞ 패스트볼이 한가운데 높게 들어왔다. 이 공을 김주찬이 놓칠 리 없었다. 좌중월 115m 투런 홈런으로 연결됐다.

게다가 후속타자 브렛 필에게 중월 2루타를 맞았다. KIA 타선의 철저한 준비와 제구력이 잡히지 않은 유희관의 나쁜 컨디션이 결합한 위기상황이었다. 나지완의 타구 역시 중전안타성이었다. 하지만 두산은 특유의 수비시프트로 오재원이 2루 베이스 뒤에서 잡아내 타자주자 나지완을 아웃시켰다. 유희관의 위기는 계속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2회부터 반전이 일어났다. 뛰어난 센스로 허를 찌르는 볼배합에 능한 양의지는 투구 패턴을 완전히 바꿨다. 130㎞대의 패스트볼과 120㎞대 싱커가 높게 들어오면 KIA 타선을 막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커브의 비율을 높혔다. 더욱 느린 패턴의 볼 배합을 했다. 복합적 이유가 있었다. KIA의 타자들에게 혼란함을 주기 위한 목적. 게다가 기세가 오른 KIA 타선의 흐름을 끊기 위함이었다. 커브가 계속 들어오자, KIA 타자들은 더욱 복합적 선택을 해야 했다. 여기에 양의지는 "김태형 감독님도 항상 강조하는 것이지만, 투수가 컨디션이 나쁠 때 커브를 던지면 훨씬 더 투구 밸런스를 부드럽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2, 3회 커브의 비율을 높히던 유희관은 4회부터 다시 싱커를 주무기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지완과 이범호를 범타처리한 공은 모두 싱커. 박준태에게는 역으로 패스트볼 3개를 던져 우익수 플라이를 유도했다. 5회에는 박찬호에게 120㎞ 싱커로 좌익수 플라이, 이성우에게 패스트볼 3개로 1루수 플라이, 김민우와 김호령에게는 싱커를 중심으로 볼 배합을 했다. 결국 위기의 빠른 대처로 유희관은 안정을 되찾았다.

Ⅲ. 양현종의 커브 버티기

양현종은 4회부터 볼 배합을 바꿨다. 3회까지 4실점한 양현종은 제구력이 계속 불안했다. 하지만 특유의 위력적인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볼, 그리고 서클 체인지업과 함께 커브를 적절히 섞기 시작했다. 이날 양현종은 슬라이더의 구속이 116㎞에서 129㎞까지 폭넓게 변화를 줬다. 결국 커브와 함께 슬라이더의 구속 변화로 두산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결국 높게 형성되거나,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있었지만, 이같은 패턴 변화로 양현종은 꾸역꾸역 버티기 시작했다. 4회 2사 2루 상황에서 민병헌을 유격수 앞 땅볼로 유도했고, 5회에는 2사 2루 상황에서 김재환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결국 최악의 상황에서 받은 양현종의 성적표는 6⅓이닝 4실점. 경기 전 두산 김태형 감독은 "양현종이 예전보다 구속이 150㎞ 안팎에서 145㎞ 안팎으로 줄었다. 하지만 그만큼 공을 좀 더 효율적으로 던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예전 두산의 에이스였던 김상진 현 SK 투수코치의 예를 들면서 "김상진 코치 역시 150㎞ 안팎을 던지다가, 구속을 2~3㎞ 줄이면서 좀 더 좌우 코너워크를 정교하게 했다. 결국 17승을 올리더라"고 했다. 김 코치는 1995년 17승7패, 평균 자책점 2.11을 기록했다. 결국 양현종은 이날 부진했지만,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에이스로서 풍모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KIA와 두산의 주말 3연전 두번째 경기가 2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6회말 4대4 동점을 허용한 두산 유희관이 이닝을 마친 후 아쉬운 표정으로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6.27/
Ⅳ. 유희관의 아쉬웠던 선택

5회까지 2실점하던 유희관은 6회가 아쉬웠다.

그는 선두타자 김주찬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1B 2S에서 몸쪽 패스트볼을 던지다 사구를 허용했다. 유희관은 "좀 더 여유있게 했어도 됐는데, 김주찬에게 홈런과 안타를 허용하면서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고 했다.

선두타자를 내보낸 뒤 필에게 중월 2루타를 맞았다. 싱커가 바깥쪽으로 꽉 차게 들어갔지만, 필의 타격능력이 탁월했다.

무사 2, 3루 상황. 여기에서 나지완을 만났다. 유희관은 풀카운트에서 117㎞ 바깥쪽 싱커를 던졌다. 하지만 나지완은 정확히 타이밍을 맞춰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 선택은 매우 아쉬웠다. 이미 2개의 싱커를 던졌던 상태였다. 때문에 나지완의 머리 속에는 싱커가 입력돼 있었다. 결국 비슷한 궤도의 싱커를 또 다시 던졌다.

여기에 대해 유희관은 "양의지가 몸쪽 패스트볼을 요구했는데, 내가 던지고 싶어서 그렇게 선택했다. 내가 잘못한 부분이고, 다음 경기에서는 유념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양의지는 "투수를 믿는 건 당연하다. 결과가 그렇게 나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구종을 택하거나 볼넷을 주더라도 좀 더 낮게 싱커를 던졌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다. 다음 타자가 유희관에게 약한 이범호이고, 나지완의 배트가 나왔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희관은 결국 6회 추가실점없이 막았다. 7회에는 세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유희관이 양현종보다 약간 우세했던 경기력. 6회 아쉬운 선택이 없었다면 더욱 완벽한 판정승을 거둘 수 있었다. 광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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