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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매력남' 유먼, 니퍼트 대기록 따라잡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6-24 07:34


처음에는 그의 진정한 가치를 몰랐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눈에 보이는 성적이 초라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표적인 '외인 투수 영입 실패 사례'로 손꼽기도 했다.

그러나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36)은 '반전있는 남자'였다. 실망감만 안겼던 시즌 초반과 달리 점점 더 안정감있는 피칭을 앞세워 팀의 기둥이 되어가고 있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선발 쉐인 유먼이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해 호투한 뒤 1루수 김태균과 주먹을 마주치며 파이팅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특히 현재의 페이스가 계속 이어질 경우, 유먼은 대기록을 하나 만들어낼 수 있다. 두산 베어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역대 최초로 세웠던 기록. 바로 '외국인 투수 4년연속 두 자릿수 승리'다. 유먼은 롯데 소속이던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10승 이상을 달성해왔다. 올해도 10승 고지를 밟으면 역대 두 번째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가능성은 매우 높다.

유먼은 지난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3안타 1볼넷 4삼진으로 1실점하며 시즌 4승(5패)째를 달성했다. 유먼의 빼어난 호투는 결국 한화의 '5연패 탈출'을 이끌어냈다. 연패를 끊었다는 면에서 마치 에이스같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유먼의 성적을 객관적으로 보면 'A급 선발투수'라고 보긴 어렵다. 4승5패에 평균자책점 4.52를 보면 'B~B+급 선발'이라는 평가가 좀 더 어울린다. 하지만 현재 나타난 수치만으로 유먼을 평가해선 안된다. 두 가지 측면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부진했던 시즌 초반과 달리 5월말부터 연이은 호투를 하며 성적이 수직 상승 중이라는 것. 두 번째는 어쨌든 팀내에서 가장 꾸준히 선발로 나와 가장 많은 이닝을 던져줬다는 점. 유먼이야말로 '알고보면 매력넘치는' 반전남이었다.

우선 최근의 놀라운 상승 페이스. 유먼은 4월에 선발 5경기에 등판해 1승2패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했다. 총 29이닝을 던져 경기당 평균 5⅔이닝 정도를 소화했다. 그래서 이 당시의 유먼은 꾸준히 선발 역할을 잘 했지만, 승운이 좀 부족한 케이스로 분류할 수 있다. 4월8일 LG전 때 7이닝 1실점을 하고도 승리를 얻지 못한게 대표적 사례.

하지만 5월은 최악이었다. 6경기에 선발 등판해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2패만 남겼다. 평균자책점은 5.93이었고, 6경기에서 겨우 27⅓밖에 못던졌다. 평균 소화이닝이 4⅓이닝을 조금 웃도는 수준. 전달에 비해 기본적으로 1⅓이닝 정도 적게 마운드를 지켰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선발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던 셈이다.

그런데 6월이 되자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23일까지 총 4경기에 나와 3승1패. 앞서 2개월간 거둔 승리보다 2승을 더 챙겼다. 게다가 6월에 한 차례 더 등판 기회가 남아있다. 또 월간 평균자책점은 놀랍게도 3.20으로 뚝 떨어졌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A급 선발 투수'의 모습이다. 소화 이닝수도 많아졌다. 4경기에서 총 25⅓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정확히 6⅓이닝씩 던진 꼴이다. 실제로 유먼은 지난 11일 대구 삼성전에서만 5⅔이닝을 던지고 6회 교체됐을 뿐, 나머지 3경기에선 모두 7회까지 나왔다.


결국 '4~5월의 유먼'과 '6월의 유먼'은 완전히 다른 캐릭터였던 셈이다. 이런 변신에 대해 유먼은 두 가지 이유를 댄다. 하나는 투구 밸런스의 회복. 유먼은 "5월30일 울산 롯데전(4이닝 4안타 2실점) 때부터 밸런스가 좋아졌다. 이후 계속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려고 한 것이 호투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두 번째 이유는 날씨다. 여름으로 다가가면서 점점 기온이 올라가는 게 유먼에게는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는 것. 실제로 유먼은 롯데 시절(2012~2014)에도 여름에 강했다. 이에 대해 유먼은 "내가 덥고 습도가 높은 루이지애나주 출신이다. 그래서 더워질수록 힘이 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유먼은 앞으로도 계속 6월의 좋은 페이스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이런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유먼은 니퍼트가 지난해에 최초로 달성한 '외국인 투수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기록의 두 번째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앞으로 6승을 추가하면 된다. 유먼이 중간에 다치지 않고 시즌을 끝까지 소화한다고 보면 약 15회 정도 더 등판 기회가 있다. 결국 15번의 등판에서 6승을 추가하면 된다는 계산. 승률로는 4할이다. 드디어 제 실력을 회복한 유먼의 6월 월간 승률은 7할5푼이다. '+6승'은 반전남의 매력을 과시하고 있는 유먼에게 결코 어려운 미션이 아니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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