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의 진정한 가치를 몰랐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눈에 보이는 성적이 초라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표적인 '외인 투수 영입 실패 사례'로 손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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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먼은 지난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3안타 1볼넷 4삼진으로 1실점하며 시즌 4승(5패)째를 달성했다. 유먼의 빼어난 호투는 결국 한화의 '5연패 탈출'을 이끌어냈다. 연패를 끊었다는 면에서 마치 에이스같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유먼의 성적을 객관적으로 보면 'A급 선발투수'라고 보긴 어렵다. 4승5패에 평균자책점 4.52를 보면 'B~B+급 선발'이라는 평가가 좀 더 어울린다. 하지만 현재 나타난 수치만으로 유먼을 평가해선 안된다. 두 가지 측면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부진했던 시즌 초반과 달리 5월말부터 연이은 호투를 하며 성적이 수직 상승 중이라는 것. 두 번째는 어쨌든 팀내에서 가장 꾸준히 선발로 나와 가장 많은 이닝을 던져줬다는 점. 유먼이야말로 '알고보면 매력넘치는' 반전남이었다.
하지만 5월은 최악이었다. 6경기에 선발 등판해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2패만 남겼다. 평균자책점은 5.93이었고, 6경기에서 겨우 27⅓밖에 못던졌다. 평균 소화이닝이 4⅓이닝을 조금 웃도는 수준. 전달에 비해 기본적으로 1⅓이닝 정도 적게 마운드를 지켰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선발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던 셈이다.
그런데 6월이 되자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23일까지 총 4경기에 나와 3승1패. 앞서 2개월간 거둔 승리보다 2승을 더 챙겼다. 게다가 6월에 한 차례 더 등판 기회가 남아있다. 또 월간 평균자책점은 놀랍게도 3.20으로 뚝 떨어졌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A급 선발 투수'의 모습이다. 소화 이닝수도 많아졌다. 4경기에서 총 25⅓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정확히 6⅓이닝씩 던진 꼴이다. 실제로 유먼은 지난 11일 대구 삼성전에서만 5⅔이닝을 던지고 6회 교체됐을 뿐, 나머지 3경기에선 모두 7회까지 나왔다.
결국 '4~5월의 유먼'과 '6월의 유먼'은 완전히 다른 캐릭터였던 셈이다. 이런 변신에 대해 유먼은 두 가지 이유를 댄다. 하나는 투구 밸런스의 회복. 유먼은 "5월30일 울산 롯데전(4이닝 4안타 2실점) 때부터 밸런스가 좋아졌다. 이후 계속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려고 한 것이 호투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두 번째 이유는 날씨다. 여름으로 다가가면서 점점 기온이 올라가는 게 유먼에게는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는 것. 실제로 유먼은 롯데 시절(2012~2014)에도 여름에 강했다. 이에 대해 유먼은 "내가 덥고 습도가 높은 루이지애나주 출신이다. 그래서 더워질수록 힘이 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유먼은 앞으로도 계속 6월의 좋은 페이스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이런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유먼은 니퍼트가 지난해에 최초로 달성한 '외국인 투수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기록의 두 번째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앞으로 6승을 추가하면 된다. 유먼이 중간에 다치지 않고 시즌을 끝까지 소화한다고 보면 약 15회 정도 더 등판 기회가 있다. 결국 15번의 등판에서 6승을 추가하면 된다는 계산. 승률로는 4할이다. 드디어 제 실력을 회복한 유먼의 6월 월간 승률은 7할5푼이다. '+6승'은 반전남의 매력을 과시하고 있는 유먼에게 결코 어려운 미션이 아니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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