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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의 한화 이글스가 이렇게 강해졌다.
역전승을 일군 25~26일 대전구장은 이틀 연속 만원 관중으로 들썩였다.
한화의 싹쓸이에 제물이 된 SK는 공교롭게도 김성근 감독이 그 시절 영욕을 함께 했던 추억의 팀이다. SK는 김 감독과 함께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궜고, 당시 멤버들이 여전히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김 감독은 이번 3연전 첫 날 "내가 있을 때 20대 초반이던 아이들이 지금 20대 후반 주축으로 뛰고 있다. 내가 볼 때 삼성보다 전력이 더 깊은 팀이 아닌가 싶다. 3경기 다 가져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3연전 동안 한화 선수들은 투타에 걸쳐 완벽한 짜임새를 과시했다. 첫 날 완벽한 이어던지기, 둘째 날 경기 막판의 집중력, 마지막 날에는 치밀한 작전 수행으로 승리를 따냈다. 전력이 강해진 것만큼은 분명하다. 덧붙여 선수들의 정신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패배의식에 젖은 채 7년을 보낸 한화 선수들은 올해 들어 눈빛부터 달라져 있었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부터 김 감독은 선수단에 '하고자 하는 마음'과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왜 야구를 해야 하는가'부터 시작해 '어떻게 해야 이기는가'에 관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특유의 카리스마에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미시키며 한화 선수들의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성적으로 연결되기에는 한화의 전력은 너무도 부족해 보였다. 외국인 타자의 공백에 시즌 초 부상 선수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5할 승률을 좀처럼 넘지 못한 이유다. 김 감독은 끊임없이 새로운 자원을 찾으려 했고, 기회를 주려고 했다. 25일 경기서 프로 데뷔 9년만에 첫 승을 따낸 이동걸도 그 한 예다. 김 감독은 "피처가 없는 속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만들어 나아가야 하지 않나 싶다"며 도전 의식을 강조했다.
그러나 여전히 김 감독은 분석적이었고 담담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유먼이 2회 2실점으로 막은 것이 (승리하는데 있어)컸다. 박정진과 권 혁 역시 기대만큼 잘 던져줬다. 공격에서는 추가점을 올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가 SK를 상대로 3연전 스윕을 한 것은 지난 2006년 5월 16~18일 인천 경기 이후 9년만이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