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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스윕한 한화, 돌풍이 아니라 태풍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5-04-26 17:40 | 최종수정 2015-04-26 17:40


2015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SK와이번즈의 경기가 2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SK를 상대로 5대4 승리를 확정짓고 승리투수이자 마무리 투수인 권혁과 악수하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4.26/

김성근 감독의 한화 이글스가 이렇게 강해졌다.

한화는 26일 대전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홈게임에서 경기 후반까지 접전을 벌인 끝에 5대4로 승리했다. 지난 24일부터 벌인 SK와의 3연전을 싹쓸이하며 12승10패를 기록, 공동 4위로 올라섰다. 한화가 3연전을 스윕한 것은 지난 2013년 4월 16~18일 대전서 열린 NC 다이노스전 이후 2년여만이다. 실로 오랜만에 대전 팬들은 주말 3연전 내내 이글스의 '쇼'를 즐겼다. 3승 모두 극적인 경기였다. 첫 날 경기에서는 안영명의 선발승, 박정진의 홀드, 권 혁의 세이브로 2대0 완승을 거뒀고, 25일엔 9회말 김경언의 역전 적시타로 7대6으로 승리했다.

마지막 날에도 한화 선수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2-3으로 뒤진 6회 2점을 뽑았고, 8회초 SK 브라운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한 직후인 8회말 권용관의 기가 막힌 밀어치기와 상대 수비 실책을 이용해 결승점을 뽑아냈다. 무사 1루서 정범모의 번트 실패로 1사 1루. 타석에 들어선 권용관은 볼카운트 1S에서 2구째 SK 투수 전유수의 바깥쪽 공을 배트를 뻗어 맞히며 우익수쪽으로 흘러가는 땅볼 안타를 날렸다. 미리 스타트를 끊은 1루주자 정범모는 2루를 돌아 3루까지 여유있게 들어갔다. 이 순간 SK 우익수 브라운의 송구가 3루수 뒤로 빠져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사이 정범모가 홈을 밟았고, 타자주자는 안전진루권에 따라 3루에 안착했다.

역전승을 일군 25~26일 대전구장은 이틀 연속 만원 관중으로 들썩였다.

한화의 싹쓸이에 제물이 된 SK는 공교롭게도 김성근 감독이 그 시절 영욕을 함께 했던 추억의 팀이다. SK는 김 감독과 함께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궜고, 당시 멤버들이 여전히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김 감독은 이번 3연전 첫 날 "내가 있을 때 20대 초반이던 아이들이 지금 20대 후반 주축으로 뛰고 있다. 내가 볼 때 삼성보다 전력이 더 깊은 팀이 아닌가 싶다. 3경기 다 가져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3연전 동안 한화 선수들은 투타에 걸쳐 완벽한 짜임새를 과시했다. 첫 날 완벽한 이어던지기, 둘째 날 경기 막판의 집중력, 마지막 날에는 치밀한 작전 수행으로 승리를 따냈다. 전력이 강해진 것만큼은 분명하다. 덧붙여 선수들의 정신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패배의식에 젖은 채 7년을 보낸 한화 선수들은 올해 들어 눈빛부터 달라져 있었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부터 김 감독은 선수단에 '하고자 하는 마음'과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왜 야구를 해야 하는가'부터 시작해 '어떻게 해야 이기는가'에 관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특유의 카리스마에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미시키며 한화 선수들의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성적으로 연결되기에는 한화의 전력은 너무도 부족해 보였다. 외국인 타자의 공백에 시즌 초 부상 선수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5할 승률을 좀처럼 넘지 못한 이유다. 김 감독은 끊임없이 새로운 자원을 찾으려 했고, 기회를 주려고 했다. 25일 경기서 프로 데뷔 9년만에 첫 승을 따낸 이동걸도 그 한 예다. 김 감독은 "피처가 없는 속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만들어 나아가야 하지 않나 싶다"며 도전 의식을 강조했다.

그러나 여전히 김 감독은 분석적이었고 담담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유먼이 2회 2실점으로 막은 것이 (승리하는데 있어)컸다. 박정진과 권 혁 역시 기대만큼 잘 던져줬다. 공격에서는 추가점을 올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가 SK를 상대로 3연전 스윕을 한 것은 지난 2006년 5월 16~18일 인천 경기 이후 9년만이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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