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제2의 서건창'을 노리는 선수가 있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신고선수, 2012년 신인왕이자 지난해 최우수선수(MVP) 서건창과 삶의 궤적이 비슷하다.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허정협(25)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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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협도 여러 구단으로부터 신고선수 입단 제의를 받았다. 넥센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바로 소속 선수들의 성장과 성공을 돕는다는 인상을 받아서 였다.
허정협은 대학생활 2년만에 군에 입대했다. 당시만 해도 야구를 그만둘 생각이었다. 그는 "군대갈 때 야구를 안 하겠다 생각하고 갔다. 하지만 가보니 막상 야구가 너무 하고 싶었다. 제대로 한 번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을 굳혀서 나와 다시 팀에 합류해 운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신고선수가 스프링캠프에 오는 건 쉽지 않다. 정식선수 신분이 아니라, 1군에서 곧바로 뛸 수도 없다. 넥센 구단 역사상 스프링캠프에 신고선수가 참가한 건 서건창 이후 허정협이 두 번째다.
허정협은 지난해 11월 대만에서 진행된 신인 및 유망주 캠프에서 염경엽 감독의 눈에 들어 전지훈련 명단에까지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공식 일정을 마친 염 감독은 신인들을 보러 곧바로 대만으로 날아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허정협은 그를 매료시켰다. 염 감독은 "대만 캠프에서 처음 봤을 때 절실함이 보였다. 스프링캠프라는 짧은 기간동안 성장 가능성이 높아보여 데리고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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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감독도 최근 허정협의 훈련을 보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허정협에 대해 "스프링캠프에 와서 훈련하는걸 보니 전체적으로 좋다. 스윙 메커니즘, 힘, 스피드를 고루 갖고있다. 대만에서 교정했던 부분을 잘 지켜서 왔다"며 흡족해 했다.
이어 "야구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습득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앞으로 40일 동안 하게 되면 더 괜찮아질 것 같다. 잘 버텨준다면 후반기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칭찬했다.
허정협 본인이 생각하는 장점은 무엇일까. 그는 "힘이 좋은 것 같다. 유연성이나 어깨는 투수를 해서 그런지 자신이 있다. 강하게 던질 수 있는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일까. 허정협은 "캠프에 오게 된 대부분의 선수들이 올해 경기에 맞춰진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올 시즌에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것보다는 감독님께서 기대하시는 것만큼 2군에서 열심히 준비를 잘 하겠다. 언제든지 1군에 들어가면 잘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2군에서의 목표는 홈런 20개, 도루 20개, '20-20'이다.
허정협은 신고선수 신화를 꿈꾼다. 넥센의 대표적인 신고선수 성공사례였던 서건창을 떠올리며 "제2의 서건창이라는 신고선수 신화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허정협은 서건창과 마찬가지로 2008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멀리 앞서 간 동기의 길을 따르고 싶다.
지난 2012년 넥센 히어로즈는 서건창이라는 신고선수를 캠프에 데리고 갔다. 서건창은 정식선수 전환 뒤 그 해 신인왕을 따내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허정협이 '제2의 서건창'이 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