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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건창과 닮은 넥센 허정협, 신고선수 신화 쓸까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5-01-22 11:57


넥센 히어로즈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제2의 서건창'을 노리는 선수가 있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신고선수, 2012년 신인왕이자 지난해 최우수선수(MVP) 서건창과 삶의 궤적이 비슷하다.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허정협(25)의 얘기다.

허정협은 늦깎이 신인이다. 대졸 선수들보다도 나이가 세 살이나 많다. 병역의 의무를 마친 예비역 병장이기 때문이다. 넥센 강지광이 인천고 동기.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을 졸업하는 허정협은 2015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했지만, 넥센에 신고선수(현 육성선수)로 스카우트됐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포즈를 취한 넥센 히어로즈 신고선수 허정협. 사진제공=넥센히어로즈
평소 신인선수 선발을 직접 챙기는 이장석 대표의 눈에 허정협은 놓쳐서는 안 될 선수였다. 넥센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허정협을 두고 "꼭 잡아야 할 선수"라며 성공을 예감했다고 한다.

허정협도 여러 구단으로부터 신고선수 입단 제의를 받았다. 넥센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바로 소속 선수들의 성장과 성공을 돕는다는 인상을 받아서 였다.

허정협은 대학생활 2년만에 군에 입대했다. 당시만 해도 야구를 그만둘 생각이었다. 그는 "군대갈 때 야구를 안 하겠다 생각하고 갔다. 하지만 가보니 막상 야구가 너무 하고 싶었다. 제대로 한 번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을 굳혀서 나와 다시 팀에 합류해 운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군대에서 야구를 못하면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하는 것, 노력이라는 걸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거기에 대한 후회가 남아 생각을 바꿨다. 끝가지 한 번 열심히 노력해보자고 생각했다"며 다시 야구공을 잡게 될 당시를 회상했다.

사실 신고선수가 스프링캠프에 오는 건 쉽지 않다. 정식선수 신분이 아니라, 1군에서 곧바로 뛸 수도 없다. 넥센 구단 역사상 스프링캠프에 신고선수가 참가한 건 서건창 이후 허정협이 두 번째다.

허정협은 지난해 11월 대만에서 진행된 신인 및 유망주 캠프에서 염경엽 감독의 눈에 들어 전지훈련 명단에까지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공식 일정을 마친 염 감독은 신인들을 보러 곧바로 대만으로 날아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허정협은 그를 매료시켰다. 염 감독은 "대만 캠프에서 처음 봤을 때 절실함이 보였다. 스프링캠프라는 짧은 기간동안 성장 가능성이 높아보여 데리고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허정협. 사진제공=넥센히어로즈
고교 시절 투수, 대학 시절 3루수를 본 허정협은 넥센 유니폼을 입은 뒤 외야로 전향했다. 대만에서 코칭스태프와 상의 끝에 외야에 서고 나니, 허정협 역시 "이 자리가 내 자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염 감독도 최근 허정협의 훈련을 보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허정협에 대해 "스프링캠프에 와서 훈련하는걸 보니 전체적으로 좋다. 스윙 메커니즘, 힘, 스피드를 고루 갖고있다. 대만에서 교정했던 부분을 잘 지켜서 왔다"며 흡족해 했다.

이어 "야구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습득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앞으로 40일 동안 하게 되면 더 괜찮아질 것 같다. 잘 버텨준다면 후반기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칭찬했다.

허정협 본인이 생각하는 장점은 무엇일까. 그는 "힘이 좋은 것 같다. 유연성이나 어깨는 투수를 해서 그런지 자신이 있다. 강하게 던질 수 있는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일까. 허정협은 "캠프에 오게 된 대부분의 선수들이 올해 경기에 맞춰진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올 시즌에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것보다는 감독님께서 기대하시는 것만큼 2군에서 열심히 준비를 잘 하겠다. 언제든지 1군에 들어가면 잘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2군에서의 목표는 홈런 20개, 도루 20개, '20-20'이다.

허정협은 신고선수 신화를 꿈꾼다. 넥센의 대표적인 신고선수 성공사례였던 서건창을 떠올리며 "제2의 서건창이라는 신고선수 신화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허정협은 서건창과 마찬가지로 2008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멀리 앞서 간 동기의 길을 따르고 싶다.

지난 2012년 넥센 히어로즈는 서건창이라는 신고선수를 캠프에 데리고 갔다. 서건창은 정식선수 전환 뒤 그 해 신인왕을 따내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허정협이 '제2의 서건창'이 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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