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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고비가 온 것 같아요."
초보 마무리 김진성이 마무리 경험이 충분한 정상급 클로저들의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김진성은 지난해 마무리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거듭된 부진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뺏기고 2군에 내려간 아픔이 있다. 쓰디쓴 실패 경험이 있는 김진성은 1년만에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김진성은 후반기가 고비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코칭스태프의 조언에 따라, 명상하는 시간을 늘렸다. 야구장에 오기 전에도, 그리고 경기 전에도 잠시 잡생각을 잊고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마운드에서 다소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고치기 위한 것이었다.
그 효과는 컸다. 실점하는 날이 눈에 띄게 줄면서 지난달 30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5경기 연속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중이다. 팀이 다소 침체기에 빠져 세이브 상황이 적었지만, 뒷문 만큼은 든든했다.
김진성은 올시즌 블론세이브가 단 1개밖에 없다. 지난 4월 22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최 정에게 끝내기 투런홈런을 맞았다. 물론 세이브 상황 외에 실점이 많았지만, 타이트한 상황을 견뎌내는 능력은 크게 좋아졌다.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집중력 저하가 사라진 효과다.
특히 동점 혹은 역전주자가 있을 때 따내는 터프세이브가 5차례로 모든 투수를 통틀어 가장 많다. 봉중근과 임창용이 3회. 정상급 마무리투수도 연일 불을 지르는 상황에서 빛나는 기록이다. 김진성의 달라진 집중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다.
김진성은 "전반기엔 우리 불펜투수들이 앞에서 잘 막아줘 내가 세이브를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불펜진도 힘들어하는 시기가 왔다. 내가 좀더 힘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서 마무리로서의 책임감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마무리투수라는 부담감에 발목을 잡혀 실패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의 말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강팀의 조건 중 빠지지 않는 게 바로 '정상급 마무리투수'의 존재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부터 팀의 마무리투수 만들기에 열을 올렸다. 외국인선수를 한 명 더 쓸 수 있음에도 토종 마무리를 발굴하려 한 것은 오랜 시간 팀의 뒷문을 책임질 투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실 김 감독은 전반기를 마친 뒤,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투수로 마무리 김진성을 뽑은 바 있다. 괜히 이런 말을 할수록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며 말을 아꼈지만, 김진성에 대한 신뢰가 확실히 두터워진 모습이었다. 김진성도 기대에 부응하듯, 마무리투수 다운 마무리로 성장하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