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댄스 타임이었지만, 큰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NC 다이노스가 비를 발판 삼아 위기를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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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내야 응원석 앞에서는 나성범이 수줍게 엉덩이를 흔들었고, 테임즈는 그라운드에 엎드린 뒤 지렁이 춤을 추고 멋지게 누워 포즈를 취했다. 연패에 빠진 선수들은 세리머니를 함께 하며 긴장감과 부담감을 날려버렸다.
결국 이 비는 많은 효과를 가져왔다. 단순히 1패를 막은 게 아니었다. 11일로 순연돼 치러진 경기에서 NC는 7대2로 완승을 거뒀다. 모처럼 유기적인 팀 타선의 짜임새가 돋보였고, 마운드도 제 몫을 다했다. 그동안 안 풀렸던 모든 게 풀린 경기였다. 다소 떨어졌던 집중력과 팀 플레이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전날 세리머니도 큰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테임즈도 팀과 함께 위기를 넘어선 모양새다. 8월 들어 왼 손목 통증과 컨디션 저하로 인해 고전했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거나 경기 초반 교체되는 일이 잦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부진이었다.
김 감독은 이런 테임즈에 대해 "야구를 너무 잘 하려 해서 문제"라고 했다. 평소 야구에 있어서 만큼은 누구보다 진중한 테임즈인데 다소 정도가 과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테임즈는 찬스에서 안타를 못 치거나, 삼진을 먹고 들어오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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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이런 테임즈의 성향이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최근 가벼운 부상에 다소 야구가 잘 풀리지 않자, 부진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활발하던 외국인선수가 갑자기 다운된 모습을 보이자, 팀 동료들에게 이런 분위기가 전염될까 우려스럽기도 해다.
하지만 테임즈는 보란 듯이 살아났다. 11일 경기에서 4회 선두타자로 나서 중전안타를 치고 나가 선취점의 발판을 놓았고, 5회에는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0m짜리 대형홈런도 날렸다. 순식간에 타격감을 찾았다.
경기 후 만난 테임즈는 최근 부진에 대해 "큰 부상은 아니었고, 그저 약간 불편한 정도였다. 야구란 게 한 두가지 부상은 안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팀 승리에 일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팀의 4연패를 끊어내고, 자신도 부진에서 벗어났다. 테임즈는 전날 우천 세리머니가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팀이 요즘 이상하게 경기가 안 풀리면서 분위기가 다운돼 있었다. 오늘도 코치가 파울볼에 맞고, 덕아웃으로 파울볼이 날아 오는 등 이상한 일이 많았다"며 "그런데 전날 우리 선수들이 함께 우천 세리머니로 춤도 추고 하면서 선수단 분위기가 회복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비가 팀을 살리는 일은 많다. 이처럼 사소한 우천 세리머니 하나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도 있다. 지난 2012년 6월 29일 6연패에 빠져 있던 LG 트윈스는 비로 경기가 중단되자, '덕아웃 노래방'으로 분위기를 띄워 이튿날 연패에서 벗어난 바 있다. 대표적인 분위기 전환의 사례다. 연패로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때 내리는 비, 진정한 '단비'가 아닐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