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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NC 다이노스가 가장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선수층이다. 지난해 주전으로 발돋움했던 선수들 중 일부가 불과 1년만에 자리를 뺏겼다. 특별지명을 통해 팀을 옮겨온 김종호(30)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시범경기 땐 홈런을 2개나 때려내며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1군에서 한 개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했던 김종호에게 반가운 변화였다. 1번타자에게 장타력을 기대할 필요는 없었지만, 조금씩 타격에 눈을 뜨고 있다는 증거였다. 손목을 쓸 줄 아는 식으로 타격을 깨우쳐갔다.
하지만 막상 시즌에 들어가니, 타격감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부진이 거듭되자, 조금씩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날이 많아졌다. 도루를 하다 경미한 어깨 통증이 생겨 2군에 다녀오긴 했으나, 결국은 부진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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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야구인생을 뒤바꿔놨던 게 불과 1년 전이다. 하지만 1년 사이 처지는 많이 바뀌었다. 김종호는 "항상 2군에만 있었으니, 불안한 생각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야구에서 멘탈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이제 마음을 편하게 먹게 됐다"고 말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완전히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그는 "팀이 상위권에 있다. 백업으로라도 내 역할을 해야 한다. 못 나가도 벤치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경기 막판 투입되면 죽을 힘을 다해 뛴다"고 했다.
이어 "계속 주전으로 뛴 선수들이 힘이 떨어질 수 있다. 힘들어할 때 내가 힘이 되고 싶다. 또 팀이 포스트시즌에 가면, 나에게 맞는 역할을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음을 고쳐먹으니, 야구도 잘 된다. 김종호는 지난 2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6회 대타로 나선 뒤 9회 데뷔 첫 홈런을 신고했다. 프로 입단 8년차 시즌이 돼서야 손맛을 느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감독님께서 '소심하게 돌리지 말고, 네 스윙을 하라'고 하셨다. 그동안 배트에 맞히려고만 한 것 같다"고 했다.
김종호는 데뷔 첫 홈런에 대해 이색적인 소감을 밝혔다. 그는 "부인과 장모님 모두 홈런을 쳐야 야구를 잘 하는 줄 아셨다. 내가 홈런타자도 아닌데, 계속 홈런을 치라고 하시더라"며 그동안의 설움을 털어냈다며 활짝 웃었다.
여전히 그의 유니폼은 지저분하다. 대주자라도 기회가 나면 도루를 감행하고, 외야에서 다이빙캐치를 할 때 몸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무명의 설움을 떨쳐낸 그에게 올시즌은 또다른 '배움'의 시간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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