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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니퍼트의 불펜 외도, 앞으로가 중요하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7-17 07:05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니퍼트의 희생정신이 남은 시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니퍼트는 16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했다. 이날은 전반기 최종전이었다. 전날 선발투수로 예고됐던 니퍼트는 우천취소로 인해 하루 더 휴식을 취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두산과 니퍼트 모두에게 중요한 경기였다. 두산은 후반기 반등을 위해 승패 마진을 최소한으로 줄여놔야 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38승41패로 '-3'을 기록중이었는데 당초 목표였던 5할은 불가능했지만 최대한 승패차를 줄여야 했다.

니퍼트에게도 의미가 큰 등판이었다. 니퍼트는 지난 12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 구원등판해 2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선발등판 사이에 진행하는 불펜피칭을 대신해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구원등판은 니퍼트가 자청해 이뤄졌다.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팀 사정을 감안해 투수조 미팅을 소집하는 등 외국인선수답지 않게 솔선수범하는 그였다. 70~80% 힘으로 던지는 불펜피칭과 실전 마운드는 큰 차이가 있음에도 "문제 없다"며 희생정신을 보였다.

하지만 선발투수의 불펜 '아르바이트'는 독이 될 수 있다. 부담이 전혀 없는 불펜과 달리, 잔뜩 긴장한 채 던져야 하는 실전피칭은 자칫 몸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당장 그 경기는 잘 던진다 하더라도 그 여파는 계속 몸에 남아있게 된다. 당장의 승리와 시즌 성적을 맞바꿀 수도 있는 셈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이유로 선발투수의 불펜 외도를 반대하곤 한다. 팀의 에이스로 마운드를 이끌어야 하는 니퍼트로서는 후유증 없이 남은 시즌을 치러야만 한다. 첫 등판에서 우려를 불식시켜야 했다.


2014 프로야구 LG와 두산의 경기가 9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3회를 무실점으로 막은 두산 선발 니퍼트가 마운드를 내려오며 포수 최재훈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4.07.09/
초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1-0으로 앞선 1회말부터 4실점하고 말았다. 박민우 이종욱 나성범에게 연속 3안타를 허용하고 동점을 내줬다. 좌타자 3명 모두 우측으로 타구를 잡아당겼다. 니퍼트의 구위에 문제가 있었다는 증거다.


또한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문제였다. 장신(2m3)의 니퍼트는 높은 곳에서 내리 꽂는 직구와 함께 체인지업을 구사해 두 구종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낙폭이 큰 체인지업은 헛스윙을 유도하기에 좋다. 상대 입장에선 직구와 함께 들어오는 체인지업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날은 체인지업의 낙폭이 크지 않았다. 이 경우 타자들은 직구 타이밍에 배트가 나가도 공략이 가능하다. 니퍼트는 테임즈에게 볼넷을 내준 뒤, 이호준을 2루수 뜬공으로 잡으며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하지만 모창민의 유격수 앞 땅볼 때 1점을 더 내줬고, 손시헌과 김태군에게 연속 좌전 적시타를 맞아 4점을 허용했다.

니퍼트는 체인지업이 흔들리자, 슬라이더를 쓰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제구가 몰리면서 추가실점을 했지만, 첫 위기를 넘겼다. 2회에도 박민우와 이종욱에게 다시 연속안타를 맞았으나, 박민우의 도루를 저지한 게 컸다.

그리고 체인지업이 살아났다. 나성범을 삼진으로 잡을 때 처음으로 체인지업이 완벽히 떨어졌다. 좌타자의 바깥쪽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전매특허가 살아났다. 니퍼트는 이후 거짓말처럼 호투를 펼쳤다. 5회 제구 난조로 안타 1개, 볼넷 2개를 내줘 2사 만루 위기에 놓였으나 김태군을 3루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이날 경기를 마쳤다.

투구수가 102개로 다소 많아 5이닝만 채우고 강판됐다. 5이닝 9피안타 3볼넷 5탈삼진 4실점. 니퍼트답지 않은 성적표였지만, 불펜 외도를 감안하면 절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니퍼트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불펜 난조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니퍼트만 헛심을 쓴 꼴이 됐다. 이제 앞으로가 중요하다. 에이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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