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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황목치승, 우여곡절 끝에 찍은 눈물의 '득점1'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7-17 07:05



정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잠실구장에 들어섰을 것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당장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볼 수 있고, 1군 그라운드를 밟았다는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발걸음을 내딛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늦깍이로 프로 유니폼을 입은 LG 트윈스 황목치승(29)이 꿈의 1군 데뷔전을 치렀다.15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생애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되며 신고선수가 아닌 정식선수가 된 황목치승은 16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팀이 7-2로 앞서던 7회말 3루타를 친 이진영의 대주자로 경기에 출전했다. 그리고 이어 터진 손주인의 안타 때 홈을 밟으며 득점에 성공했다. 1군 선수로서 처음 남기는 영광의 기록이었다.

하마터면 출전도 해보지 못하고 이틀 간의 달콤한 꿈에서 빠져나올 뻔 했다. 먼저 15일 2연전 첫 경기. LG의 큰 리드 속에서도 경기 후반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사실 찬스는 있었다. 4-1로 앞서던 8회 2사 만루서 최경철의 싹쓸이 2루타로 스코어를 7-1로 벌렸다. 이어진 타석은 9번 백창수. 황목치승이 들어갈 수 있는 3루수를 맡고있는 선수였다. 점수차가 어느정도 벌어졌기에 새로운 선수에게 기회를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냉정했다. 양 감독은 "승기를 잡았다고 해서 새롭게 정식 선수가 된 선수를 투입한다면 상대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황목치승을 믿지 못해 투입하지 않은게 아니라, 상대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야구는 절대 해서 안된다는 양 감독의 생각이었다.

양 감독은 16일 경기를 앞두고 "박빙의 상황에서 컨택트 능력이 꼭 필요한 타자가 들어서야 하는 상황이라면면 과감하게 대타 카드로 내겠다"고 밝혔다. 또 "승부처 백창수나 오지환의 타석 때 정의윤을 투입한다면 황목치승이 바로 대수비로 들어간다. 수비는 믿을 만 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드라마같이 양 감독이 말한 상황이 연출됐다. LG는 4-2로 앞서던 6회말 손주인과 최경철의 연속 안타로 무사 2, 3루 찬스를 잡았다. 9번 백창수 타석에 정의윤이 대타로 나왔다. 그렇게 된다면 백창수의 3루 자리에 황목치승이 대수비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기에 LG는 정성훈의 2타점 적시타와 박경수의 삼중도루로 인정된 홈스틸 플레이로 3점을 추가했다. 7-2. 어느정도 안정권이었다.

하지만 양 감독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전반기 마지막 귀중한 경기. 무조건 승리를 지켜야 했다. 박경수를 2루에 넣고 2루수 손주인을 3루에 투입하는 안정을 택했다. 감독은 냉정해야 했다. 덕아웃에서 열심히 몸을 풀던 황목치승은 다시 벤치에 앉아 동료들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간절하게 바라면 꿈은 이뤄진다고 했나. 황목치승에게는 천금의 기회가 왔다.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캡틴 이진영이 3루타를 치고 출루했다. LG 엔트리에는 이진영을 대신해 우익수 수비를 볼 임재철이 남아있었다. 양 감독은 이진영의 대주자로 황목치승을 선택했다. 그리고 황목치승은 손주인의 적시타 때 열심히 뛰어 홈을 밟았다.

LG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22일부터 광주에서 KIA 타이거즈와의 3연전을 치른다. 이 때가 되면 황목치승은 다시 1군 엔트리에서 빠질지도 모른다. 냉정히 말하면 빠질 확률이 잔류 확률보다 더 높다. 하지만 황목치승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을 소중한 이틀이었다. 이제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사이트에서 황목치승 이름으로 선수 검색을 하면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지 않을 것이다. 다른 기록은 모두 0이 찍혀있겠지만 득점 항목에는 자랑스러운 숫자 1이 표시돼있을 것이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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