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잠실구장에 들어섰을 것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당장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볼 수 있고, 1군 그라운드를 밟았다는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발걸음을 내딛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양 감독은 16일 경기를 앞두고 "박빙의 상황에서 컨택트 능력이 꼭 필요한 타자가 들어서야 하는 상황이라면면 과감하게 대타 카드로 내겠다"고 밝혔다. 또 "승부처 백창수나 오지환의 타석 때 정의윤을 투입한다면 황목치승이 바로 대수비로 들어간다. 수비는 믿을 만 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드라마같이 양 감독이 말한 상황이 연출됐다. LG는 4-2로 앞서던 6회말 손주인과 최경철의 연속 안타로 무사 2, 3루 찬스를 잡았다. 9번 백창수 타석에 정의윤이 대타로 나왔다. 그렇게 된다면 백창수의 3루 자리에 황목치승이 대수비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기에 LG는 정성훈의 2타점 적시타와 박경수의 삼중도루로 인정된 홈스틸 플레이로 3점을 추가했다. 7-2. 어느정도 안정권이었다.
하지만 간절하게 바라면 꿈은 이뤄진다고 했나. 황목치승에게는 천금의 기회가 왔다.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캡틴 이진영이 3루타를 치고 출루했다. LG 엔트리에는 이진영을 대신해 우익수 수비를 볼 임재철이 남아있었다. 양 감독은 이진영의 대주자로 황목치승을 선택했다. 그리고 황목치승은 손주인의 적시타 때 열심히 뛰어 홈을 밟았다.
LG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22일부터 광주에서 KIA 타이거즈와의 3연전을 치른다. 이 때가 되면 황목치승은 다시 1군 엔트리에서 빠질지도 모른다. 냉정히 말하면 빠질 확률이 잔류 확률보다 더 높다. 하지만 황목치승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을 소중한 이틀이었다. 이제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사이트에서 황목치승 이름으로 선수 검색을 하면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지 않을 것이다. 다른 기록은 모두 0이 찍혀있겠지만 득점 항목에는 자랑스러운 숫자 1이 표시돼있을 것이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