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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명 파동 스캇 퇴출, SK에 남긴 것은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4-07-17 07:04


SK는 이만수 감독과 언쟁을 벌인 외국인 타자 스캇에 대해 16일 한국야구위원회에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스캇 퇴출을 계기로 SK는 팀분위기를 재정비할 계획이다. 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부상을 참고 뛰려는 선수와 몸관리를 위해 철저히 쉬려는 선수. 생각에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팬들은 전자에 박수를 보낸다. 그것이 이방인, 즉 외국인 선수라면 감동을 줄 때도 있다.

SK 와이번스는 지난 1윌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을 영입할 당시 "메이저리그 135홈런을 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SK와 계약을 하기 전에도 국내 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런 타자가 한국에서 뛴다고 하니 전지훈련 때부터 전 언론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상세히 전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만수 감독은 시범경기 당시 "스캇이 4할을 치거나 50홈런을 칠 선수는 아니다. 큰 기대는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한 선수라면 크건 작건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니 엄청난 활약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였다. 물론 태도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스캇은 지난 1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이 감독과 언쟁을 벌였다. 재활 훈련에 필요한 자신의 물품을 라커룸에서 챙기고 운동장을 빠져 나가던 스캇은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던 이 감독을 발견하고는 잰걸음으로 다가가더니 목소리를 높이고 손짓을 해가며 뭔가를 따졌다. 스캇은 SK 뿐만 아니라 한화 선수들, 취재진이 모두 보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 감독을 향해 '거짓말쟁이(liar)', '겁쟁이(coward)'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했다.

'항명'으로 보여지기에 충분했다. 스캇의 주장은 "메이저리그에서 9년이나 뛰었다. 나만의 루틴이 있는데, 구단에서 팀 방식에 따라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용이 어떻든 어필 방식에서 큰 문제를 드러내 보이고 말았다. '인성' 논란까지 일었다. 결국 SK는 사건 하루만인 16일 스캇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에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팀분위기를 저해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를 달았다. 스캇은 17일 한국을 떠날 예정이다. SK는 스캇을 대신할 새 외국인 타자 영입에 관해 내부 회의에 들어간 상태다.

사실 스캇 퇴출은 예견된 것이었다. 올시즌 부상으로 3번이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에서 홈런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데뷔한 스캇은 뛰어난 선구안과 컨택트 능력을 자랑하며 SK의 4번타자 자리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4월 22일 NC 다이노스전을 마치고 손목 통증을 호소하며 결장하기 시작했다. 이 감독은 상태가 금세 좋아질 것으로 믿었지만 시간만 흘러가자 결국 1군에서 제외했다. 그는 5월 13일 복귀 후 다시 중심타자로 나섰지만, 방망이는 신통치 않았다. 5월 말에는 옆구리 부상으로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7월 1일 올라온 스캇은 3경기만을 뛰고는 족저근막염으로 다시 1군서 빠졌다. 이 감독은 "도대체 아픈 곳이 어딘지 모르겠다"며 스캇의 정신 자세를 질타했다. SK 구단 내부에서는 "스캇이 팀을 위한 마음이 없는 것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스캇은 시즌 시작후 동생인 노아 스캇과 함께 생활했고, 미국에 있는 개인 트레이너를 직접 한국으로 불러 관리를 받기도 했다. SK는 메이저리그 출신의 스캇에 대해 최대한 자율성을 허용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날 돌출 행동을 보이며 프런트는 물론 선수단 분위기도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흔히 외국인 선수는 '복불복'이라고 한다. 경력이 어떻든 뚜껑을 열어봐야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다. SK는 지난 겨울 스캇을 데려오면서 거액을 투자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둔 지금까지 SK가 그에게서 얻은 것은 '고민' 뿐이었다. 스캇과 비교하면 보잘 것 없는 경력들이지만, 한화 피에, NC 테임즈, 삼성 나바로 등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SK는 스캇 퇴출을 계기로 팀분위기를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외국인 선수 관리 시스템도 점검하기로 했다. 해당 선수의 잘못을 떠나 전반적인 선수단 관리의 책임은 궁극적으로 SK 구단에 국한될 수 밖에 없다.
인천=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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