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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LG 트윈스. 과연 양상문이라는 새 수장으로 반전 카드를 만들 수 있을까.
여기저기서 양 신임 감독의 경력과 온화한 성품을 이유로 들어 좋은 선택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양 감독이 LG 반전의 카드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LG 신임 감독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바로 리더십이었다. 카리스마라고 표현하는게 정확하다. LG는 지난해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하는 감격을 누렸다. 그동안에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오명을 쓰며 하위권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그 어느팀 보다도 뛰어나지만 선수들이 뭉치지 못하며 하나의 팀이 되지 못했다. 선수들도 지난해 야구를 하며 "우리 선수들이 정말 똘똘 뭉쳤다"고 스스럼 없이 얘기를 할 정도로 지난 10년과 2013 시즌을 달랐다.
롯데 감독 시절 이대호(소프트뱅크) 박기혁 장원준(이상 롯데) 등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그들이 스타가 될 기반을 마련한 공로가 있다고 하지만, 그건 롯데 때의 이야기다. LG는 당장 성적이 필요한 팀이다. 야구에 대한 관심이라면 롯데도 큰 팀이지만 LG 역시 롯데에 못지 않다. LG에서는 양 감독이 여유롭게 신예 선수들을 키우고, 실험을 할 시간이 없다. 올해는 물론, 내년 시즌 당장 성적에 대한 압박이 구단 내-외부에서 양 감독을 괴롭힐 것이다.
투수 조련사로서의 능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94년 은퇴 후 롯데에서 투수코치 생활을 시작해 주로 롯데와 LG를 옮겨다니며 지도자 생활을 해온 양 감독인데, 경험은 많지만 투수코치 일을 하며 '양상문이 키웠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투수는 몇 명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오히려 투수코치 시절마다 선수들의 잦은 등판으로 '혹사' 논란을 야기시키기도 했다. LG를 잘 아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요소라고 했지만, LG를 떠나 5년이 된 지금 선수, 프런트 등 많은 환경이 변한 상태에서 그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LG는 5일도 안되는 시간 안에 양 감독을 선임했다. 팀은 좌초하고 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속성으로 감독 선임을 마쳤다.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감독 선임 과정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하고 싶다. 이 선택 하나가 LG의 향후 10년을 바꿀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그 결과가 좋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