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LG의 양상문 카드, 불안 요소 너무 많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5-12 08:00



위기의 LG 트윈스. 과연 양상문이라는 새 수장으로 반전 카드를 만들 수 있을까.

LG는 11일 양상문 신임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LG는 김기태 감독 이후 18일동안 공석이던 감독 자리를 힘겹게 채웠다. MBC 스포츠+에서 해설위원 일을 하는 등 4년간 현장을 떠나있던 양 신임 감독이 최종 낙점을 받았다.

LG 백순길 단장은 양 감독 선정 이유에 대해 "현재 바로 모셔올 수 있는 분이 많이 없었다. 그 중 최적의 인물을 선택했다"며 "LG를 잘 알고, 해설위원으로 현재 야구 흐름도 잘 아는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변에서도 모두 양 감독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여기저기서 양 신임 감독의 경력과 온화한 성품을 이유로 들어 좋은 선택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양 감독이 LG 반전의 카드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LG 신임 감독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바로 리더십이었다. 카리스마라고 표현하는게 정확하다. LG는 지난해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하는 감격을 누렸다. 그동안에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오명을 쓰며 하위권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그 어느팀 보다도 뛰어나지만 선수들이 뭉치지 못하며 하나의 팀이 되지 못했다. 선수들도 지난해 야구를 하며 "우리 선수들이 정말 똘똘 뭉쳤다"고 스스럼 없이 얘기를 할 정도로 지난 10년과 2013 시즌을 달랐다.

그렇게 팀을 바꿔놓았던 김기태 감독마저도 LG 감독직의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선수들이 다시 우왕좌왕할 시기다. 실제로 이런 모습들이 경기에 그대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양 감독의 스타일이 지금의 선수단을 똘똘 뭉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양 감독은 투수 전문가다. LG를 포함한 이 팀, 저 팀에서 투수코치로서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감독 경험은 딱 2시즌 뿐이다. 2004~2005 시즌 암흑기의 롯데를 잠깐 맡았었다. 한 해는 꼴찌, 한 해는 5위를 차지하며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당시 롯데 선수층이 두텁지 못했다지만 감독은 성적으로 말을 하는 자리다. 감독 경험도 많지 않은데다, 스타일도 투수를 조련하는 전형적인 기술자 스타일이다. 성격도'사람 좋다'라는 말을 듣는 편이다. 개성 강한 LG 선수들을 휘잡을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은 크게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감독 본인은 3년 6개월 계약을 하며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받았지만, 만약 LG가 올시즌 최악의 성적을 거둔다면 내년 시즌 전망도 어두워지는게 사실이다. 일단, 이번 시즌 반등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롯데 감독 시절 이대호(소프트뱅크) 박기혁 장원준(이상 롯데) 등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그들이 스타가 될 기반을 마련한 공로가 있다고 하지만, 그건 롯데 때의 이야기다. LG는 당장 성적이 필요한 팀이다. 야구에 대한 관심이라면 롯데도 큰 팀이지만 LG 역시 롯데에 못지 않다. LG에서는 양 감독이 여유롭게 신예 선수들을 키우고, 실험을 할 시간이 없다. 올해는 물론, 내년 시즌 당장 성적에 대한 압박이 구단 내-외부에서 양 감독을 괴롭힐 것이다.

투수 조련사로서의 능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94년 은퇴 후 롯데에서 투수코치 생활을 시작해 주로 롯데와 LG를 옮겨다니며 지도자 생활을 해온 양 감독인데, 경험은 많지만 투수코치 일을 하며 '양상문이 키웠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투수는 몇 명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오히려 투수코치 시절마다 선수들의 잦은 등판으로 '혹사' 논란을 야기시키기도 했다. LG를 잘 아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요소라고 했지만, LG를 떠나 5년이 된 지금 선수, 프런트 등 많은 환경이 변한 상태에서 그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LG는 5일도 안되는 시간 안에 양 감독을 선임했다. 팀은 좌초하고 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속성으로 감독 선임을 마쳤다.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감독 선임 과정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하고 싶다. 이 선택 하나가 LG의 향후 10년을 바꿀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그 결과가 좋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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