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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은 "절대 구단 고위층의 간섭은 없다"고 외치지만 누구도 그 말을 믿지는 않는다. 또, 이번 감독 선임 건을 통해 이는 완전히 거짓말음을 스스로 알린 LG 트윈스가 되고 말았다.
사실 LG는 이번 시즌을 조계현 수석코치 체제로 마치고 싶어했다. 물론, 감독대행이라는 명찰을 달아주려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LG에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정이었다. 갑자기 팀 수장이 바뀌면 선수단은 혼란스러워 한다. 안그래도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은 가운데, 여기서 더 무너져버리면 일찌감치 시즌을 포기해야 한다. 때문에 남상건 사장과 백순길 단장은 조계현 체제를 1순위로, 만약 성사가 되지 않을 상황을 대비해 김무관 2군 감독 카드를 2순위로 내세웠다.
운명의 7일. 남 사장과 백 단장이 그룹 본사에 들어갔다. 구단 내부적으로는 이날 사령탑 선임 건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사령탑 확정 소식은 없었다. 오히려 더욱 다급해졌다. 백 단장이 여기저기 새로운 인물들과 접족하기 시작했다. 고양원더스 김성근 감독에게 퇴짜를 맞고, 결국 양 신임 감독에게 감독직을 부탁했다. 그렇게 단 5일 만에 새 감독이 정해졌다. 양 신임 감독 입장에서는 LG 감독직을 '독이 든 성배'라고도 하지만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프로팀 감독의 기회. LG도 "바로 오실 수 있는 분이 몇 분 안계셨다. 그 중 최적의 인물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LG는 김기태 감독 사퇴 사건 즈음에 나온 '구단 고위층 개입설'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다. 평소 야구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구단 운영 등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간섭하는 모습을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신임 감독 선임 과정을 통해 자신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음 스스로 알리는 꼴이 됐다. 또, 김 감독 사퇴 당시 그룹 최고위층에서 "팀이 흔들리는데, 왜 1-2군 코치들을 바꾸지 않느냐"고 김 감독을 압박한 정황들까지 속속 포착되고 있다. LG의 이런 '프런트 야구'로는 급박하게 변하는 현대 야구 흐름을 절대 따라갈 수 없다. 프런트 야구라고 해서 사장과 단장을 욕할 상황은 아니다다. 그들도 힘이 없기 때문이다. LG의 프런트 야구는 그야말로 '로열 프런트 야구'라고 해야 맞겠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