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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현 감독의 눈물겨운 홍보 "KT 에이스 박세웅"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4-09 06:33


8일 오후 수원 성균관대학교 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퓨처스리그 SK와 KT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에 앞서 KT 조범현 감독이 SK 박경완 감독과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4.08.

"퓨처스리그 투수도 아시안게임에 가지 말란 법은 없지 않나."

프로야구 막내구단 KT 위즈가 대망의 퓨처스리그 홈 개막전을 치르며 프로구단으로서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KT는 8일 수원 성균관대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의 홈 첫 번째 경기를 치렀다. 번듯한 훈련 구장이 아닌, 대학교 경기장에서의 게임이었지만 KT 구단의 역사적인 첫 홈경기라는 상징성이 있었다.

2군 경기라도 홈 개막전은 중요하다. 때문에 KT 조범현 감독은 이날 경기 선발투수로 팀의 에이스 박세웅을 내세웠다. 박세웅은 지난해 경북고를 졸업하고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은 유망주다. 연고팀인 삼성 라이온즈가 1차지명에서 뽑은 이수민 (대구 상원고)과 마지막까지 저울질을 했을 정도로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았다.

조 감독은 취재진과 대화 중 올해 9월 열리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얘기가 나오자 "베스트 전력으로 꾸려야하는 것은 맞다"고 전제하면서도 "각 구단 안배 차원이 있다고 하면 우리 KT도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막내 구단 감독으로서의 애교 섞인 고충을 털어놨다. 물론, 1군에서 주전으로 뛰어도 대표팀에 선발되기 힘든 현실이다. 각 포지션 최고의 선수들로 대표팀이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2군 경기 만을 치르는 KT에서 대표팀 선수를 배출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감독인 조 감독이 이 사실을 잘 모를리 없다.

조 감독은 "KT에서 딱 한 선수를 추천할 수 있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라는 질문에 주저없이 "박세웅"이라고 답했다. 조 감독의 말에 따르면 박세웅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크게 될 재목임을 확신했다고 한다. 경기 전 만난 조 감독은 "신인들에게는 정말 힘든 훈련 스케줄이었다. 그런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말 열심히 하더라"라고 했다. 특히, KT가 야심차게 선발한 투수 심재민 유희운 등이 수술, 훈련 부족 등으로 처지는 사이 박세웅이 홀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조 감독이 마음을 빼았겼다. 조 감독은 "기본 자질 뿐 아니라 성실한 모습에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저 녀석이 무조건 개막전 선발'이라고 마음을 먹었었다"고 밝혔다. 실제, 박세웅은 지난 1일 벽제 경찰청구장에서 열린 경찰청과의 2014 시즌 퓨처스리그 개막전에 선발등판했고, 정확히 1주일 뒤 열린 SK와의 홈 개막전에도 다시 선발로 등판하는 영광을 누렸다.

6회 무너졌지만 그 전까지 투구 내용도 좋았다. 5이닝 동안 SK 타선을 상대로 1실점을 했다. SK 타선에 김상현 안치용 임 훈 한동민 이명기 등 1군에서 당장 뛰어도 어색하지 않은 선수들이 수두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투구내용이었다. 1m81, 73kg으로 호리호리한 체구지만 직구 최고구속이 144km를 기록했다. KT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컨디션이 괜찮은 날은 150km의 강속구를 뿌린다고 한다. 낮게 제구되는 로케이션이 좋았고, 마운드에서 타자를 상대하는 모습에서 배짱도 느껴졌다. 다만, 6회 들어 이명기 한동민 김상현 안치용 임 훈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만나 갑자기 흔들리며 한꺼번에 6실점을 하는 모습에서 아직은 완전히 영글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사실, 말이 쉽지 TV에서만 보던 스타 선수들을 상대하는 자체가 이 풋내기 선수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조 감독은 경기 후 "선발투수로서 완급조절을 계속 가르치고 있는데, 아직은 힘 분배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또, 긴 이닝을 소화하는 능력도 부족하다"고 냉정히 지적했다.

조 감독은 마지막으로 "우리 박세웅좀 잘 지켜봐달라"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사실 아시안게임 선발 얘기는 희망사항이었을 것이다. 조 감독은 KT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 에이스 투수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싶었다. 19세 투수를 위한 베테랑 감독의 눈물겨운 홍보였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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