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유희관은 직구 최고 구속이 135㎞정도에 불과하다. 힘으로는 절대 타자를 이길 수 없다. 어떻게 보면 타자들이 잘 칠 수 있는 구속이다.
나흘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오른 유희관은 잠실의 넓은 그라운드가 좋았다. 유희관은 "첫 게임보다 밸런스도 좋아지고 감각도 좋았던 것 같다"면서 "경기장이 더 크니 조금 더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몸쪽과 바깥쪽을 오가는 직구가 좋았고 120㎞대의 체인지업, 110㎞대의 슬라이더, 최고가 109㎞에 그치는 커브 등 다양한 구속의 구종을 던지면서 KIA 타이거즈 타선을 막아냈다. 1회초 선두 이대형에게 2루타를 맞고 1사 3루의 실점 위기를 잘 넘기며 좋은 출발을 한 유희관은 1-0으로 앞선 5회에도 선두 안치홍에게 2루타, 박기남의 희생번트로 1사 3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를 연속 3루수앞 땅볼로 잡아내고 무실점행진을 계속했다.
"시즌 초반 팀 연패가 아쉬웠는데 연패를 끊은게 첫승 보다 의미가 있다"고 한 유희관은 "선두타자 출루로 위기 상황이 아쉬웠지만 그런만큼 더 집중해서 해야겠다는 공부도 됐다"고 했다.
지난해 10승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53으로 선발진이 힘들었던 두산의 4강에 기여했고,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며 포스트시즌 최고의 이슈메이커가 됐던 유희관에 대해 스피드가 느린 투수가 2년째에도 통할까 의문을 갖는 야구팬들이 많다. 하지만 유희관은 실력으로 여전히 '느림의 미학'이 있음을 알렸다. 유희관은 "2년차 징크스 걱정하시는 팬들이 계신데. 내가 프로 2년차는 아니니 개의치 않고 열심히 하겠다"라며 웃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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