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MVP 박병호에게 '유희관 트라우마'가 생기는 것 아닐까.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최고의 화두는 박병호와 유희관의 대결이었다. 준PO를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유희관이 박병호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낸 것. 당시 유희관은 박병호를 상대로도 특유의 느린 커브를 던질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상황이 되면 던질 생각이다"면서 "예전부터 (박)병호는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그보다 다른 선수들이 더 걱정된다. 자신있다"고 했다.
그리고 준PO 2차전과 5차전서 선발로 나와 박병호를 완벽하게 틀어막아 새로운 박병호의 천적이 됐다. 2차전서 3타수 무안타, 5차전서도 3타수 무안타로 박병호가 체면을 구겼다.
이번엔 박병호가 설욕을 할까. 아니면 유희관이 계속 우위를 유지할까. 결과는 또 한번 유희관의 완승이었다. 세번 만나 박병호가 모두 삼진을 당했다. 그것도 모두 헛스윙 삼진. 세번 모두 주자가 득점권에 있었던 상황이라 둘의 대결이 더욱 주목받았다. 박병호의 모습에서 '치겠다'라는 의지가 강력하게 보였다. 그리고 유희관은 그것을 절묘하게 이용하며 정확한 제구력으로 박병호를 유린했다.
1회말 2사 2루서 첫 대결에서는 유희관의 직구와 체인지업에 당했다. 초구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유희관은 2구째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했고, 3구째는 직구로 볼. 4구째 바깥쪽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다시 박병호의 방망이를 유도해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두번째는 1사 1,3루. 이번엔 직구를 기다리는 박병호에게 유희관은 줄기차게 체인지업만 던졌다. 초구 파울에 이어 2,3,4구를 연달아 온 바깥쪽 체인지업에 박병호가 속지 않았다. 이젠 직구가 한번쯤 올 타이밍. 하지만 유희관은 계속 바깥쪽 체인지업을 던졌다. 121㎞의 바깥쪽으로 살짝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헛스윙을 한 박병호는 풀카운트에서 다시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방망이가 나가다가 멈췄지만 돌고 말아 삼진.
2-3으로 쫓아간 5회말 1사 1,3루서는 직구로 삼진을 잡았다. 직구 2개가 연속해서 볼이 된 뒤 3구째 바깥쪽 체인지업에 박병호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4구째 직구를 다시 휘둘렀지만 파울.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이날 바깥쪽으로만 던졌던 유희관의 135㎞ 직구가 몸쪽으로 들어왔다. 박병호는 바라만보고 삼진을 당했다. 이날 유희관은 5⅔이닝 동안 무려 10개의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박병호에게만은 완벽하게 승리했다.
박병호와 유희관이 다음 대결에선 어떤 결과를 낳을까.
목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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