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시즌 막판 상위권 팀들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8경기 정도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 시즌 동안 흘린 땀의 결과물이 조만간 성적으로 나타난다. 반면, 포스트 시즌 진출이 무산된 팀은 비교적 여유가 있다. 어차피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 모두 내년 시즌을 생각하고, 구상하면서 경기에 임하게 된다. 그렇다고 관중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마냥 편하게 경기를 끌어갈 수는 없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패하더라도 팬들이 납득을 하고 다음을 기다린다.
그러나 1승이 절실하게 필요한 LG보다, 한화가 투타에서 한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화가 선발투수 유창식의 7⅔이닝 5안타 1실점 호투와 부상에서 한달여만에 복귀한 김태균의 3점 홈런을 앞세워 LG를 8대1로 제압했다. LG는 이날 1위 삼성이 SK에 역전승을 거두면서 승차가 2게임으로 벌어졌다. LG에게 뼈아픈 패배였다. 한화로선 고춧가루를 제대로 뿌린 셈이다.
제2의 류현진으로 기대를 모았던 유창식은 사실 올해도 유망주의 틀을 깨지 못하고 있었다. 들쭉날쭉한 제구력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경기 초반 부진으로 힘들게 경기를 끌어가곤 했다. 그러나 이날 유창식은 LG 타자를 상대로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7⅔이닝 투구는 2011년 데뷔후 한경기 개인 최다이닝 투구다.
마운드에는 유창식, 타석에는 김태균이 있었다. 지난 8월 22일 광주 KIA전에서 옆구리를 다친 김태균은 한달여만에 경기에 나섰다. 7번-지명타자로 선발출전했다. 오랜만의 출전이었으나 김태균은 이글스의 간판타자 다웠다. 4-0으로 앞선 7회말 터트린 쐐기 3점 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김태균은 "부상을 당하기 전에는 생각이 많고 복잡했는데, 쉬면서 많은 것을 되돌아 봤다. 쉬다보니 체력이 좋아지고 힘이 붙었고, 타격 밸런스, 특히 하체 밸런스가 좋아진 것 같다. 남은 경기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하위권팀들의 상위권 발목잡기. 피말리는 순위경쟁의 또다른 볼거리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