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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을 넘어서니 승리가 따라왔다.
류현진이 25일(한국시각) AT&T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전에서 7이닝 1실점 역투로 시즌 14승째를 따냈다. 특히, 자신의 천적으로 여겨지던 헌터 펜스와의 3번의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 전까지 11타수 6안타 5할4푼5리의 절대 강세를 보이던 펜스는 이날 류현진을 상대로 3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말았다. 이날 펜스를 잡아낼 수 있었던 데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류현진-엘리스 배터리의 볼배합이 있었다.
첫 맞대결은 2회 성사됐다. 5번타자로 출전한 펜스는 2회 선두타자로 나왔다.
인상적인 승부였다. 사실, 류현진의 주무기는 체인지업. 류현진을 상대하는 모든 팀들이 체인지업을 가장 경계한다. 올시즌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고전한 것도 상대가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잘 공략해왔기 때문이다.
4회, 똑같은 직구 패턴
4회 두 번째 맞대결 역시 첫 2개의 공은 직구였다. 모두 스트라이크 판정. 첫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등 펜스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쉬웠던 것은 3구째 커브였다. 볼카운트 0B2S 상황서 야심차게 던진 유인구.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 제2의 변화구 옵션이던 슬라이더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경기 초반에는 커브를 결정구로 썼다. 후반기 들어 각이 좋아진 커브라면 평소와 다른 패턴에 당황한 펜스를 헛스윙 유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이 완벽하게 떨어지지 않으며 펜스가 이 공을 커트해냈다.
이날 경기 류현진을 상대로 첫 변화구를 맛본 펜스. 머리속이 복잡했을 것이다. 4구째 직구는 커트해낼 수밖에 없었다. 5구째에도 바깥쪽 꽉 찬 직구가 들어왔다. 펜스가 친 공은 우익수 푸이그쪽으로 날아가는 직선타구였다. 눈으로 보기에는 잘맞은 타구처럼 보였지만, 사실상 펜스가 노려쳤다기보다는 공을 먼저 맞히는데 급급한 스윙에서 나온 타구였다.
7회, 체인지업에 펜스는 멘붕
펜스는 팀이 1-2로 뒤지던 7회 선두타자로 나왔다. 경기 중계를 하던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류현진 승리의 마지막 고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심리전에서 류현진이 앞선 채 이어진 세 번째 맞대결이었다. 초구를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류현진은 2구째 체인지업으로 펜스의 눈을 현혹시켰다. 이날 펜스를 상대로 처음 던진 주무기 체인지업. 펜스의 방망이는 어쩔 수 없이 따라나왔고 빗맞은 타구는 3루수 유리베 방면으로 힘없이 굴러갔다.
전체적으로 경기 초반 직구와 커브 위주의 피칭을 하며 그동안의 피칭과 다른 패턴을 보여줬던 류현진이었다. 펜스 뿐 아니라 경기 중후반부터는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활용하며 떨어진 직구 구위를 상쇄시킨 류현진의 영리한 투구였다. 4회까지 체인지업을 단 9개만 사용했던 류현진은 5회부터 3이닝 동안 체인지업 개수를 18개로 늘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