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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포, 마까지 떼고 붙어야 하네."
10일 목동구장에서 예정됐던 넥센전이 우천으로 취소되기 전이었다.
"선수 시절부터 장기, 바둑 등 잡기에도 능했다"는 류 감독은 현재의 팀 상황을 장기에 먼저 비유했다.
이날 안방마님 진갑용(39)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이 계기였다.
진갑용은 지난달 23일 대구 두산전에서 두산 타자 임재철의 파울 타구에 왼쪽 무릎을 맞은 적이 있다.
이후 진갑용은 며칠 휴식을 취한 뒤 정상적으로 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그 때 타구에 맞은 부위가 완쾌되지 않아 통증이 다시 심해진 것이다.
류 감독은 한숨을 내쉬며 "이제는 차, 포 떼고 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에서 차와 포를 떼고 붙으면 이길 확률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당연지사.
삼성이 그런 열악한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류 감독이 말한 '차'는 채태인이었다.
채태인은 부상으로 인해 장기간 결장하는 중이다. 채태인은 한 때 타격왕까지 바라볼 정도로 올시즌 삼성 타선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부상 공백으로 규정타석을 충족하지 못해 비운의 타자가 됐다. 채태인이 빠진 동안 삼성 타선도 크게 힘을 잃었다.
여기에 주전 포수 진갑용마저 빠지게 되자 류 감독은 차와 포를 잃었다고 한 것이다.
류 감독은 곰곰히 생각하더니 장기의 '마'까지 빠졌다고 했다. 류 감독에게 '마'는 주전 2루수 조동찬이다. 조동찬 역시 부상으로 인해 올시즌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장기판에서 말을 중요도에 따라 서열을 붙인다면 흔히 '차-포-마-상-졸'이라고 한다. 삼성은 장기판에서 서열 '1∼3위'의 말을 떼고 게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기판에서 이들 3가지 말이 없으면 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행히 삼성은 이날 우천 취소로 불리한 한 경기를 간신히 모면했다.
그래도 류 감독의 수심은 잦아들 수가 없었다. 불리한 장기판 정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목동=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