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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승 정조준' 차우찬의 마이웨이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3-08-15 12:05


승차 없이 1-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과 LG가 14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만났다. 삼성 선발투수 차우찬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차우찬은 올시즌 37경기에 등판해 7승 4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8.14/



인간의 행위. '완벽'은 없다. 추구와 갈구가 있을 뿐….

야구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완벽'을 꿈꾼다. 하지만 손에 닿을 수 없는 궁극의 경지다. 언젠가 닿을 수 있다는 꿈을 꾼다. 살인적인 더위 속에도 몸을 움직이기 하는 힘이다. 하지만 꿈은 늘 현실에 발이 닿아 있어야 한다. 비현실의 경지로 넘어가는 순간 위험해진다. 때론 비울 줄도 알아야 채워진다.

투수는 로케이션과 스피드의 완벽한 조화를 꿈꾼다. 하지만 대부분 투수에게 꿈의 경지다. 많은 투수가 일부를 포기한다. 보통 스피드를 희생해 제구력을 보완한다. 흔한 일이자 최근 대세이기도 하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삼성 좌완 차우찬(26)이다. 150㎞를 넘나드는 강력한 공을 던질 수 있는 좌완 파이어볼러. 아쉬움은 가끔씩 상승흐름을 끊는 흔들 제구력이었다. 그도 애썼다. 조금 살살도 던져봤다. 스피드보다 제구를 앞세우는 스타일 변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솔직히 낮게 던지려고 해도 잘 안되더라구요. 반대투구도 되고요. 제겐 어려운 숙제더라구요. 고개를 숙이면서 공을 던지는 스타일이라 끝까지 타깃을 보기도 어려워요."

결국 먼 길을 돌아 다시 제 자리로 왔다. '완벽한 제구'에 대한 추구를 접고 거친 자신만의 '야생성'을 지키기로 했다. 마운드 위에서 마음껏 공 뿌리기.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안지만, 박석민 등 팀 선배들의 적극적 조언이 한 몫했다. "지만이 형이 '제구 위주로 던지면 너의 장점이 사라진다'며 그냥 세게 던지라고 하더구요. 석민이 형도 '빠른 볼을 던지는 왼손 투수가 가끔 얼굴쪽으로 던지는 공을 보면 얼마나 겁나는지 아느냐'고 하고요."

제구력이 정교하지 않은 좌완 파이어볼러의 성공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해태 김정수, 두산 이혜천 등이 대표적이다. 타자들은 실제 "공이 어디로 날아올지 몰라 긴장한 채 타석에 섰다"며 정상적인 타격을 하기 힘들었노라고 설명했다. 정도가 심하지만 않다면 때론 와일드한 피칭이 타자들과의 숭부에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완벽'에 대한 강박을 버리니 마운드 위에서 편해졌다. 1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개인 최다 이닝인 7⅔이닝을 던지며 5피안타 2실점으로 팀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졌으면 LG에게 1위 자리를 내줬어야 했던 중요한 경기. "부담스럽지는 않았어요. 경기 전부터 덕아웃 분위기가 좋았어요. 타자들이 많이 도와줄 것 같은 느낌이었고 제 컨디션도 좋았거든요. 한 이닝에 와장창 많은 점수를 준 경우가 많아서 오늘은 그냥 매 이닝 당 1점씩만 주자는 생각으로 편하게 던졌어요. 그러다보니까 위기도 많이 넘어가지더라구요."

시즌 8승째(4패). 어느덧 한 시즌 개인 최다승(10승)이 눈 앞이다. "10승이요? 올시즌 목표가 부상 없이 꾸준히 나가 두자릿 수 승리를 하자는 거였어요. 중간으로 돌아서면서 마음을 접었었는데, 구원승이 5승 있기는 하지만 8승까지 왔네요. 기왕이면 2승 더 채워 10승은 하고 싶어요."


선한 눈빛이 매력적인 솔직 담백 청년 차우찬. 완벽에 대한 추구를 버리자 완벽에 가까워지고 있는 역설. 목표했던 10승을 넘어 데뷔 최고의 해를 향해 거침 없는 돌직구를 날릴 기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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