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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10년 숙원인 4강을 달성한다면? 벤자민 주키치(31)는 벅찬 기쁨을 함께 나누고픈 외국인 선수다. 비록 용병이지만 그럴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 힘겨웠던 지난 2년간 주키치는 LG 에이스로 활약했다. 2년 연속 30게임 이상, 두자릿 승수를 올리며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팀 승리를 위해 강한 승부근성을 보여줬다. 경기장 안팎의 생활도 모범적이었다. '이런 용병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주키치의 부진에 대해 "훈련 부족"이란 진단을 내린 바 있다. 캠프 때 잔 부상(햄스트링과 발등)으로 러닝 등 훈련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면서 하체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의 변화 각도가 무뎌지고 전체적으로 높게 제구되면서 난타당하고 있는 이유.
그렇다면 앞으로 희망은 있을까? 썩 밝지만은 않다. 크로스로 몸을 비틀어 던지는 주키치는 체력 소모가 크다. 지난해 전반 펄펄 날고도 후반 갑작스러운 부진에 빠진 이유도 체력 문제였다. 올시즌은 설상가상으로 겨울 훈련도 부족하다. 대반전이 일어날 확률은 높지 않다고 봐야 한다.
주키치는 올시즌 14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6패, 평균자책 5.70을 기록중이다. 밸런스 회복을 위해 시즌 중 2군을 두번이나 다녀왔지만 그 때 뿐이다. 2군 복귀 후 2번째 경기였던 7일 목동 넥센전에서 주키치는 5이닝 동안 피홈런 2개 포함, 11피안타로 8실점하며 난타당했다. 상대를 전혀 압도하지 못했다. 넥센 타자들은 마치 코스와 구종을 예측하기라도 하듯 자신있는 풀스윙으로 장타를 쏟아냈다. 처참하게 무너진 에이스. 주키치 본인이나 벤치, 팬들 모두에게 생채기를 남긴 순간. 주키치는 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올시즌 벌써 3번째 2군 강등. 김기태 감독은 "언젠가 좋아지면…"이라며 '복귀시점'에 대해 확답을 하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LG의 4강행 확률.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물이 들어왔을 때 배를 띄우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준비해야 할 주키치와의 아름다운 이별. 하지만 대안이 마땅치 않다. 딜레마다.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포스트시즌에 뛸 수 있는 외국인 선수 교체 마감일은 8월15일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