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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4번 박병호도 어쩔 수 없는 LG 올스타 광풍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7-01 17:22 | 최종수정 2013-07-02 06:19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가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목동구장에서 맞붙었다. 넥센 박병호가 6회초 1사 1,3루에서 우중월 3점홈런을 날리고 있다. 박병호는 3회 3점홈런에 이어 연타석으로 3점홈런을 쏘아올렸다. 목동=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5.05/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들이 펼치는 별들의 향연, 한여름 밤 꿈의 무대 올스타전. 이스턴리그(삼성 SK 롯데 두산)와 웨스턴리그(KIA 넥센 LG 한화 NC), 각 리그 소속 팀 선수 23명에게만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 아무나 설 수 없는 스페셜 이벤트이기에 너무나 특별한 무대이다. 종종 올스타로 꼽히고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빠지는 스타 선수도 있지만, 대다수 선수들에게 올스타는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실력과 비례하지 않는 게 팬들의 마음, 표심이다.

국내 프로야구 9개 구단 최고의 4번 타자로 꼽히는 넥센 히어로즈 1루수 박병호(27)도 올스타전 팬투표 이야기가 나오면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여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렇다.

1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올스타전 팬투표 3차 집계 결과 LG 트윈스 김용의(28)가 웨스턴리그 1루수 부문 1위에 올랐다. 57만1837표를 얻은 김용의는 47만1631표에 그친 박병호에 무려 10만표를 앞섰다. 2002년 이후 10년 간 하위권을 맴돌았던 LG가 올시즌 크게 선전을 하면서, 올스타 팬투표에 LG 팬들이 몰린 것이다. 11개 부문 모두 LG 선수들이 차지했다. 박병호도 LG 광풍에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누구보다 올스타전에 출전하고 싶었던 박병호다. 성남고 시절 전국대회 최초로 4연타석 홈런을 터트린 박병호는 2005년 LG에 입단할 때만 해도 최고의 유망주였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한 LG에서 박병호는 쉽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몇 타석에서 부진하면 2군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LG에서 그는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리고 2011년 여름 히어로즈로 이적. 야구인생에 활짝 꽃을 피웠다.

4번 타자로 풀타임 첫 시즌을 맞은 박병호는 지난해 6월까지 67경기에 나서 타율 2할8푼6리, 16홈런, 58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반 한때 1위를 달렸던 히어로즈는 전반기를 3위로 마감했는데, 돌풍의 중심에 박병호가 있었다. 그러나 올스타전 출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팬투표에서 한화 이글스 김태균에 밀린 박병호는 감독 추천 선수로 올스타전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믿었다. 성적만 놓고보면 올스타전 출전은 당연한 것 같았다.

오랫동안 아들의 성공을 손꼽아 기다려온 부모님, 야구전문 아나운서 출신인 아내 이지윤씨 앞에서 올스타 유니폼을 입고 뛰고 싶었다. 새로운 선수로 거듭난 아들,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올스타전이 열린 대전행 KTX 티켓까지 예매했다.


삼성 라이온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1일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열렸다. 넥센 7회초 2사 박병호가 삼성 신용운으로 부터 좌월 솔로 홈런을 쳐내고 있다. 대구=deer@sportschosun.com /2013.05.01/
그러나 박병호는 올스타가 되지 못했다. 박병호는 "올스타전에 한 번도 나가지 못해 꼭 출전하고 싶었는데 정말 아쉽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그런데 올해는 한화 김태균(10만3279표), KIA 최희섭(18만6632표)을 제치고도 LG 광풍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쉬움을 내색을 할 수도 없다. LG는 그가 선수 생활을 시작한 친정팀이다. 박병호는 "LG가 워낙 잘 하고 있기 때문에 불만 같은 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올해는 정말 올스타를 의식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물론, 선수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올스타전에 못 나가는 선수도 많은데 의미가 없을 수 없다"며 여운을 남겼다.

사실 올스타의 기준은 따로 정해진 게 없다. 프로선수의 가치는 철저하게 개인 성적, 팀 기여도에 따라 평가되지만, 올스타 팬투표는 성격이 다르다. 성적도 기준이 될 수 있겠지만, 인기투표 성격이 강하다. 개인 성적과 상관없이 팬층이 두텁고 결집력이 강한 팀 소속 선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LG는 KIA, 롯데와 함께 가장 많은 열성팬을 거느리고 있는 팀이다. 2008년 출범한 히어로즈 소속 선수 박병호의 비애다.

올시즌 박병호와 김용의의 성적을 비교해 보자. 지난해 홈런과 타점, 장타율 1위에 오르며 시즌 MVP가 된 박병호는 올해도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다. 65경기 전 게임에 4번 타자로 출전해 타율 3할6리(235타수 72안타), 14홈런, 54타점, 장타율 5할2푼3리, 출루율 4할9리를 기록하고 있다. 홈런 3위이고 타점은 공동 1위, 장타율 1위다. 국내 야구를 대표하는 간판 타자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한 김용의도 데뷔 7년 만에 신바람을 내고 있다. 59경기에 나서 타율 2할9푼5리(176타수 52안타), 2홈런, 22타점, 장타율 3할9푼2리, 출루율 3할5푼1리. 분명 좋은 성적이지만, 박병호의 기록에는 한참 못 미친다.


공동선두를 질주중인 넥센과 삼성이 주중 3연전을 벌인다. 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넥센과 삼성의 경기에서 3회말 2사 1루 넥센 박병호가 삼성 로드리게스의 투구를 받아쳐 우측담장을 넘어가는 재역전 2점홈런을 날렸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박병호.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6.04/
올스타 선발 방식에 보완해야 할 점은 없는 걸까.

올해는 리그별로 각각 팬투표로 11명, 감독 추천으로 12명씩 뽑는다. 지난해보다 1명씩 늘었다. 팬투표는 인터넷으로만 진행하고 있고, 특정팀 팬들의 몰표를 방지하기 위해 하루에 한 표만 행사할 수 있다. 예전에는 경기장 현장 투표, 오프라인 투표를 실시했는데, 몇몇 구단들의 의심스러운 몰표 정황이 발견돼 폐지했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팀별로 골고루 뽑히는 게 바람직하지만 팬투표는 어디까지나 인기투표다. 팬들의 참여,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팬투표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성적으로만 뽑는다면 팬투표가 무의미하다"고 했다. 일본은 팬투표와 함께 선수간 투표를 하고 있다. 두 가지 형식의 투표를 통해 뽑힌 선수 모두가 올스타전에 나간다. 올스타전 출전 선수 수와 경기수가 많아 가능한 일이다. 일본은 올스타전을 세 차례 치른다. 양 총장은 "올스타 선정에 관해 여러가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KBO는 팬투표 기간을 지난해 41일(5월 29일~7월 8일)에서 28일(6월 10일~ 7월 7일)로 줄였다. 투표 시기를 늦춰 초반 반짝 스타가 올스타 후보로 오르는 일을 막았다.

올해 올스타전은 7월 19일 포항구장에서 열린다. KBO는 7월 8일 홈페이지를 통해 포지션별 투표 최종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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