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위기의 KIA, 오히려 '여유'가 해법일 수 있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7-02 12:20


삼성과 KIA의 주말 3연전 마지막날 경기가 30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렸다. 삼성에 10대3으로 패하며 스윕과 함께 4연패에 빠진 KIA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6.30/

KIA 선수들은 지금 허탈함에 빠져있다. 9연승의 상승세는 온데간데 없이 지금은 4연패를 당하며 5위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KIA 선수들을 허탈하게 한 것은 28일과 29일의 대구 삼성전에서 모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순간에 어이없이 전세가 뒤집힌 탓이다. 심판진의 판정이 KIA쪽에 크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바람에 이길 수 있던 경기를 놓쳤다고 여기자 선수들의 상실감은 두 배로 커지고 말았다.

그러나 '남의 탓'을 할수 만은 없다. KIA 스스로 패배를 자초한 부분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28일 경기에서는 8회초 1사 만루와 9회초 1사 1, 2루의 추가점 찬스를 놓쳤고, 또 9회말 2점차 리드에서 마무리 앤서니가 승리를 확실하게 지켜내지 못했다. 29일에도 2-1로 앞선 5회초 무사 2루의 기회를 무산시켰다. 심판의 외부요인이 아니더라도 이런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팀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결국 KIA는 여러가지로 큰 위기를 겪게 됐다. 연패도 생겼고, 순위도 하락했으며, 분위기도 크게 가라앉았다. 무엇보다 좌완 에이스 양현종과 리드오프 이용규가 다친 점이 치명적이다. 두 선수모두 정상 복귀에는 약 한 달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7월말은 돼야 한다는 뜻인데, 과연 KIA가 그때까지 어떤 행보를 보여주는 지가 시즌 전체의 향방을 가리게 될 것 같다.

일단 현재 상황으로만 봐서는 매우 절망적이다.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고, 선수단의 사기도 크게 가라앉아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럴 때 찾아온 장마는 KIA에는 모처럼의 반가운 손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장마가 한 달 내내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길어야 사나흘 정도다. 비가 퍼붓고 나면, 또 경기를 치러야 하는 입장. 마냥 피해갈 수 많은 없는 셈이다.

이런 시기, KIA에 필요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여유'일 수 있다. 위기 상황이라고, 힘이 든다고 서두르거나 필요 이상으로 전력을 쏟아붓는 다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긴다. 양현종의 부상 역시 공을 던질 때 필요 이상의 힘을 쓰는 과정에서 갈비뼈 사이의 얇은 근육이 뒤틀리는 바람에 생긴 것이다. 또 조급함은 실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내야진의 플레이에서 실책의 가장 큰 원인은 불규칙 바운드보다 수비자 본인의 조급함이다.

비록 4연패를 당해 5위로 떨어졌지만, KIA는 여전히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두고 있다. 1일 현재 33승29패2무로 5할 승률에 +4승을 하고 있다. 앞으로 5연패를 더 해야 5할 밑으로 승률이 떨어진다. 게다가 5위지만, 2위 넥센에 불과 3경기 뒤쳐졌을 뿐이다. 얼마든지 추격의 가능성이 살아있다.


선동열 감독은 7월을 '버티기 작전'으로 넘기겠다고 했다. '공성'보다는 '수성'의 전략이다. 무리하게 선수들을 돌리지 않고, 이기는 경기만 확실히 챙겨 '5할 승률 유지'에 초점을 맞춘다는 뜻이다. 현재 팀 전력과 분위기로서는 이런 전략이 최선이다. 이런 '버티기 작전'이 제대로 성공하려면 선수단 스스로 여유를 지녀야 한다. 그래야 외부의 적들이 먼저 서두르다 지쳐 쓰러지는 틈을 노려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카운터펀치를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