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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구 파동 그후, 커미셔너 퇴진 두고 세대결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07-01 09:10


일본 프로야구 공인구인 통일구 사양 변경 은폐 사건이 터진 건 지난 6월 11일이었다. 선수와 각 구단 관계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일본프로야구선수회는 지난 27일 가토 료조 일본야구기구(NPB) 커미셔너(73)에게 퇴임을 권고했다. 선수 권익보호 단체인 선수회는 커미셔너를 선임하거나 경질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하지만 선수회의 목소리는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가토 커미셔너의 숨통을 쥐고 있는 건 12개 구단주 회의다. 구단 오너들의 결정에 따라 커미셔너가 바뀔 수도 있고, 가토 체제가 유지될 수도 있다. 구단주 회의는 7월 10일 열릴 예정이다.

가토 커미셔너는 이번 사건이 터졌을 때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 발언의 파장이 컸다. 무책임하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선수, 팬 그리고 언론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NPB는 사건의 전모를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변호사 3명과 요미우리 자이언츠 출신인 구와타 마스미 특별 고문이 참여하는 제3자 조사검증위원회를 구성했다.이 위원회는 6월 28일 1차 회의를 열었고, 9월말쯤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와타나베 쓰네오 요미우리 구단 회장(87)이 입을 열었다. 지난 26일 언론을 통해 "커미셔너의 책임은 없다. 진퇴를 말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가토 커미셔너의 퇴진 반대의 뜻을 담은 발언이었다.

일본 야구에서 요미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강하다. 요미우리는 가장 많은 22번의 재팬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요미우리그룹의 든든한 지원 속에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일본의 야구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나가시마 시게오 요미우리 종신 명예 감독과 오 사다하루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 등이 요미우리에서 선수와 감독을 역임했다. 요미우리는 도쿄돔을 홈으로 쓰고 있지만 사실상 전국구 구단으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요미우리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다. 와타나베 회장은 일본 야구에서 굵직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방향을 제시해왔다.

그런데 선수회의 입장은 와타나베 회장의 이번 발언과 배치돼 있다. 와타나베 회장이 커미셔너를 감싸는 발언을 했을 때 선수회는 무척 못 마땅해했다고 일본 언론 석간 겐다이 등이 분위기를 전했다. 선수회가 최근 조사검증위원회에 제출한 요청서엔 새 커미셔너의 조건으로 특정 구단과 지나치게 밀접한 관계가 없는 참신하고 젊은 인물이 좋겠다고 돼 있다.


그동안 요미우리가 속한 센트럴리그와 양대 축인 퍼시픽리그에선 와타나베 회장의 지나친 영향력을 경계해 왔다. 또 와타나베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가토 커미셔너를 예의주시해왔다.

2008년 7월 NPB 수장이 된 가토 커미셔너는 지난해 7월 재선임됐다. 구단주 회의에서 4분의 3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하지만 당시 라쿠텐 등 퍼시픽리그 구단들이 재신임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한다.

그동안 커미셔너는 정관계, 또는 법조계 인사들이 주로 맡아왔다. 가토 커미셔너는 도쿄대 법대 출신으로 주미대사 등을 지낸 외교관 출신이다.

퍼시픽리그에서는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경제계 인사를 뽑아 비즈니스 중심으로 리그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는 인기가 한계점에 다다른 이상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스타일이 다른 수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선수회가 퍼시픽리그 구단들과 사전 교감을 갖고 손잡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도 흘러나고 있다. 통일구 사건의 후폭풍은 가토 커미셔너 퇴진 여부를 두고 와타나베 회장과 퍼시픽리그 구단간의 힘 겨루기 양상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은 NPB가 지난 2년 동안 사용했던 반발력을 낮춘 통일구의 반발 계수를 이번 시즌 전에 올린 걸 선수와 구단에 알리지 않은 데서 시작했다. 통보만 했더라도 사건의 파장이 지금처럼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NPB 측은 공의 사양을 바꾸고도 은폐한 이유에 대해 반발 계수를 조정한 걸 알렸을 때 야기되는 혼란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뒤늦게 숨긴 사실이 들통났고, 후폭풍은 엉뚱하게도 세 대결로 번져가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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