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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돌풍이 무섭다. 벌써 10연속 위닝시리즈다. 혹자는 최근 LG의 야구를 두고 신바람을 넘어 태풍으로 진화중이라고도 얘기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달라진 LG 야구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2년차 초보 감독으로 팀 체질을 완전히 바꾼 김기태 감독은 최근 야구판에서 그야말로 가장 '핫'한 인물이 됐다. 스포츠조선이 '10대1 인터뷰'의 주인공으로 김 감독을 섭외하는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사실, 지난해 김 감독과의 10대1 인터뷰는 지난해 이뤄졌어야 했다. 인터뷰를 위해 다른 구단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질문까지 받고, 인터뷰 날짜까지 정해놓았었다. 하지만 6월 말로 예정됐던 인터뷰가 진행될 시점에 상위권에 있던 LG는 급격하게 추락하기 시작했고, 도저히 인터뷰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우여곡절 끝에 김 감독과 마주앉게 됐다. 김 감독은 시종일관 유쾌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냈다. 감독의 위엄은 벗어던지고 마치 친근한 동네 형처럼 질문자들을 챙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김 감독은 "감독 김기태, 인간 김기태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고 질문까지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몇 번이나 머리를 숙였다.
최근 LG 성적이 좋아지면서 언론에 감독님의 '형님 리더십'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감독님이 추구하는 '형님 리더십'은 어떤 것인지요. 민주적인 것인지? 스파르타식인 것인지? 또, 감독님 입장에서는 고참들의 역할이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두산 홍성흔, 한화 김태균)
-가장 기본은 훈련을 할 때 왜 훈련해야 하는지를 가르치지, 어떻게 훈련하라고 가르치지 않는 것이다. 우리 팀을 봐봐라. 야수들의 개성이 모두 다르다. 특히 고참이자 주축선수들이 그렇다. 그들의 개성을 살려주는게 감독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다만, 그들에게 무조건 권한을 주는건 아니다. 개개인이 후배들에게 얘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감독이 권한을 준다. 야구를 오래한게 훈장은 아니지 않을까. 우리는 프로니까. 자신이 먼저 능력을 갖추고 자신의 경험, 노하우 등을 후배들에게 적극적으로 전수해주는 것이 진정한 고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광주일고 동기로 평소 절친한 염 감독의 질문에 반갑다고 하며) 차명석 투수코치와 경기 전 많이 상의를 하는 편입니다. 경기 전 상대팀 오더를 받고 어느 시점에서 어떤 투수를 올리겠다는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려놓지요. 그대로 경기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솔직히, 예상한대로 경기가 흐르지 않는 경우에는 아직도 당황스럽습니다. 예를 들면 4~5점차로 이기고 있는데 갑자기 투수가 흔들리는 경우죠.
감독 2년차를 맞이한 김기태 감독이 야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뭔가요. 저는 참고로 디테일한 야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넥센 염경엽 감독)
-김기태는 아직 빈틈이 많은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가 끝나면 틈나는대로 경기 복기를 하고, 다음 경기를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할지 생각도 많이 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나저나 최근 넥센 경기를 보며 염 감독에게 정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확실히 저보다 더 꼼꼼하고 디테일한 야구를 하신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둘 모두 아직 젊지 않습니까. 많은 실패를 해보고 경험을 쌓아 같이 성장합시다. 파이팅!
4일 휴식 때마다 선수들과 협의해서 훈련과 휴식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리시게 된건지 궁금합니다. 혹시 불안하시지는 않으신지요?(KIA 정회열 코치)
-휴식일, 이동일 출발시간, 식사 메뉴까지 전적으로 선수들의 얘기를 듣는게 사실입니다. 스프링캠프 중에는 코칭스태프의 권한이 중요하지만 시즌 중에는 모든게 선수단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게 제 원칙입니다. 전혀 불안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선수생활을 하며 느낀걸 그대로 접목시키는 것이기 때문이죠.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해줘야 합니다. 단, 선수들이 스스로 팀의 규칙을 어겨서는 안되겠죠. 거기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김 감독, 아직도 당신의 살아있는 눈을 볼 때마다 가끔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평소 부드럽다가 한 번 성질 내면 무서운데 지금도 그렇습니까?(롯데 이문한 운영부장)
-(껄껄 웃으며) 요즘은 선수들이 야구를 잘해줘 화낼일이 크게 없습니다. 솔직히 제가 욱하는 성격이 있죠. 아직 완벽하게 고치지는 못했지만 감독이 된 후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이 부장이 삼성 소속이던 시절, 쌍방울에서 뛰던 김 감독 영입을 진두지휘해 두 사람이 인연을 맺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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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기 때문에 화가 나지. TV 중계화면을 보면 표정관리가 아직 안된다고 하더라. 얼굴이 빨개진다고 해 나도 민망하다. 일단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선수들에게 첫 인사는 항상 웃는 얼굴로 하자고 내 자신과 약속했다. 선수들이 일부러 못하는게 아니라는걸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지. 재윤아, 앞으로 더 표 안나게 잘할께.
평소 어떤 스타일의 선수를 선호하시나요? 그 이유도 말씀해주세요.(LG 류제국)
-(제국이가 그 질문을 했느냐고 확인하며) 류제국 같은 스타일을 선호한다. 데뷔전이 인상적이었다. (류제국은 지난 5월19일 잠실 KIA전에서 한국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KIA 타선의 컨디션이 상승세였고 잠실구장은 2만7000 관중으로 꽉 들어찼다.) 사실 내가 제국이에게 다음 주중 3연전에 등판하겠느냐는 의사를 물었다. 그런데 대답이 의외였다. 관중들이 꽉 찼을 때 던지고 싶다고 하더라. 거기에 KIA가 상승세이지 않았나. 파이팅 넘치고, 도전하는 자세가 너무 좋았다. 사람은 보통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만드려 하는데, 자기를 희생하며 공을 던지는 제국이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형님 아니 감독님, 전 코치 부임 전에 미국에서 1년연수를 받아서 일본은 잘 모릅니다. 일본 코치 생활을 하시면서 얻은 소득이나 코칭철학 등 중요한걸 깨달으신게 분명히 있으실거라 생각합니다. 그걸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SK 조웅천 코치)
-(후배지만 존경하는 사람 중 한 명이 조 코치라고 말하며)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야구와 일본의 야구가 비슷했다. 야구에 대한 예의, 장비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라운드를 우러러보는 야구인들의 순수한 마음, 일상생활에서의 검소함. 나도 한국에서 그렇게 해온다고 했지만 일본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더 크게 느껴지더라. 지금도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베이징 올림픽때 감독님이 참으로 부지런하신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감독이 되신 지금도 그렇게 부지런하신지요? (두산 김현수)
-그렇게 좋게 봐줘서 너무 고맙네. 코치로서 당연히 열심히 해야했었던 상황이었고, 지금 감독이 되서도 야구를 할 때는 매우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다. 물론, 그 외적으로 부지런한 성격은 아니지만(웃음).
감독님! 기러기 아버지이신데 안힘드신지요? 대한민국 기러기 아버지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NC 김태군)
-여기(팀에) 자식같은 친구들 많이 있어서 괜찮아. 기러기 아빠 아니어도 1년에 6개월 떨어지는게 야구 선수, 감독의 운명 아니겠느냐. 아버지로서 가족을 위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힘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기러기 아버지분들, 파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감독님, 아직도 건강검진 무서우시다고 검진 안받으시는는 건 아닌지요? 건강 염려됩니다. 건강 챙기십시요^^(NC 이호준)
-솔직히 안좋은 결과가 나올까봐 정말 무서워서 안받았지. 그런데 5년 전부터는 1년에 한번씩 꾸준히 받고 있다. 지금은 건겅하고. 호준이 너도 건강 잘 챙기길 바란다.
제가 LG 2군에 있었을 때도 검지 세리머니를 하셨습니다. 너무 궁금했는데 이유를 여쭤보지 못했습니다. 세리머니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와 이유가 있나요?(넥센 박병호)
-세리머니 하나라도 의례적으로 하지 말자는 의미이다. 손바닥을 맞부딪히면 대충, 형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잖아. 그런데 손가락을 맞추려면 상대방에게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 서로 진정한 마음을 나누자는 거지. 감독 입장에서는 좋은 플레이를 펼쳐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특별히 전달하는 것이기도 하고.
염경엽 감독님과 많이 친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넥센과의 경기에 앞서 감독님을 만나면 주로 어떤 얘기를 하시나요.(넥센 이택근)
-야구 얘기는 절대 안한다. 서로 실례가 될 수 있거든. 개인적인 안부, 건강 정도를 묻는게 전부야.
감독님은 쉬는날 뭐하세요? 혹시 쉬는날이 없는건 아니신지?(LG 조윤준)
-(인터뷰 날이 때마침 조윤준이 1군에 올라온 날이었다.) 어떻게 하면 너 야구 잘하게 할까 그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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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라는 표정으로) 음…분명히 잘 못쳤을거야. 10번이면 3번 안타치기도 힘들었겠지. 승환이 공은 워낙 좋으니. 그래도 그건 있다. 1년 동안 만나면 블론세이브를 안기는 결정타 한 방정도는 내가 날리지 않았을까. 그 욕심은 분명히 있었을거야. 하하.(절대 지기 싫은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감독님께서 현역시절 상대해본 투수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선수는 누구인가요?(LG 봉중근)
-누가 뭐라 해도 선동열 감독(현 KIA 감독)님이지. 타석에서 공을 칠 수 있다는 자체가 영광인 시절이었어. 구위는 두 말 할 필요도 없고.
감독님 현역시절에 본받고 싶은 롤모델은 누구였는지요.(LG 김용의)
-어렸을 때는 장 훈 선생님. 고 장효조 선배님을 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등번호를 줄곧 10번만 단 것도 그 이유고. 사실 오른손 잡이인데 왼손으로 야구를 하게 된 것도 두 분이 너무 멋있어보여 따라하다가 그렇게 된거란다.
선수시절 슬럼프 탈출 노하우를 알려주세요.(LG 문선재)
-연습을 죽어라 해본 적도 있고, 아예 방망이를 손에서 논 적도 있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본인이 자신에게 맞는걸 찾아야해. 내 개인적으로는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게 낫더라. 선재. 너도 이것저것 노력해보고 나에게 결과를 보고하도록.
감독님. 신인시절에 제가 방졸(룸메이트)이었던거 기억나세요? 그때 저한테 잘해주신것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감독님께서 사람을 대할때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공평하게 대하십니다. 이런 대인관계 설정에 있어서 영향을 받은 사람이 있거나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SK 박정권)
-(박정권과의 첫 만남을 선명히 기억한다며) 잘해준건 기억이 없는데. 하하.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감독, 코치님들이 예의를 항상 강조하셨어. 또, 세상에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없잔아. 상대방의 장점을 보려고 하지. 그나저나 정권이 요즘 야구 정말 잘하더라. 정권이는 야구도, 생활도 모두 잘하니 내가 사랑한다.(룸메이트 시절 박정권이 방에서 숨도 못쉬었겠다는 질문에 '숨 쉬었으니까 지금까지 살아있겠지'라는 농을 치는 김 감독이다.)
올림픽 때 타격 훈련을 할 때마다 강조하신 것이 '공을 찢어버려'였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그게 잘 안 됩니다. 어떻게 해야지 잘 할 수 있는 걸까요?(두산 이종욱)
-며칠 전에 5안타 치던데. 이런 질문을(웃음). 기술적인 부분은 두산 감독, 코치님들이 계시니 실례가 될 것 같다. 다만, 종욱이는 성실한 친구이기 때문에 항상 기본에 충실했으면 한다. 체력, 부상 관리 잘해라. 나이 드는 만큼.
타격 기술적으로 제가 부족한 점은 감독님 의견에는 무엇인지요?(두산 김현수)
-(이 역시 상대팀 감독으로서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며) 현수야. 최근 장타력 늘린다는 기사를 봤다. 딱 한마디만 해줄게. 잠실야구장이 크긴 크더라.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